"의료재단 자립 시기상조" 의료기업 한목소리 성토

입력 2016-10-12 04:55:02

기획재정부·5개사 대표·관계자 간담회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이하 의료재단)의 내년 국비 예산 삭감으로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첨복단지) 운영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첨복단지 입주 의료기업들이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재단 자립화에 대해 한목소리로 우려를 나타냈다.

지난 7일 의료재단 이사장실에서는 안도걸 기획재정부 복지예산심의관(국장급)과 보건복지부 첨복단지 담당 서기관이 ㈜인성메디컬'㈜종로의료기 등 첨복단지 입주 의료기업 5개사 대표 및 관계자를 직접 만나는 간담회가 열렸다. 회의 명목은 '기업 애로사항 청취'였지만, 의료재단 자립화에 대한 기업의 의견을 묻는 내용이 많았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보건복지부는 2010년 마련된 '첨복단지 조성을 위한 기본계획'을 이유로 2018년 의료재단 완전 자립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이 때문에 의료재단의 내년 국비 예산은 148억원(인건비 78억원, 운영비 70억원)으로 올해 국비 예산 221억원(인건비 111억원, 운영비 110억원)의 67%에 그쳐 운영에 비상이 걸렸다.

의료기업들은 의료재단에 대한 무리한 자립화 요구는 재단이 '수익성'을 좇아 장비 사용료 및 기술 이전료 비용 상승을 부추겨 기업 지원이라는 본래의 공공기능을 해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바이오메드 엄년식 대표는 "2014년 첨복단지 땅을 분양받을 때만 해도 재단 자립화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현재 첨복단지에는 기업들이 땅만 분양받아놓고 자금 사정 등으로 착공을 못한 곳이 많다. 이런 실정에 의료재단이 전면 자립화를 진행한다면, 재단의 연구인력이 줄고 기업 서비스 질이 떨어질 게 뻔해 기업들이 입주를 더 꺼릴 것"이라며 "자립화는 어느 정도 기업 입주가 갖춰지고 난 후라야 타당하다"고 했다.

첨복단지 1호 입주기업인 인성메디컬 금석진 지사장은 "큰 기대를 하고 2013년 대구에 내려왔는데, 정부가 국가사업을 왜 이런 식으로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의료재단 자립화는 결국 기업을 상대로 장사를 하라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종로의료기 김지훈 대표는 "공공(정부)기관인 의료재단은 공동 R&D를 해도 기술 도용'유출 우려는 없을 거라 믿고 서울에서 본사와 생산시설 이전을 결정했는데, 이제 와서 의료재단이 100% 자립화를 추진한다면 결국 기업과 경쟁사가 되는 것"이라고 걱정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의료재단 자립화는 재단 산하 센터의 기자재 이용료, 기술 자문료 인상을 가져오고, 재단의 우수 연구인력 이탈을 초래할 것"이라며 "현재 시점에서 의료재단과 첨복단지의 자립화는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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