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염증성 장질환인 크론병은 잦은 복통과 설사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아동과 청'장년기에는 과민성 장 증후군으로 오인받기도 한다. 특히 혈변이 동반되면 세균성 장염이 잘 낫지 않고 오래가는 것처럼 보이고, 영'유아기에는 알레르기성 장염으로 치료받기도 한다.
만성 염증과 영양 부족으로 성장 장애가 오는 경우도 많아서 성장 클리닉에 다니다가 발견되는 사례도 있다. 만성 장염 외에 관절염이나 항문 주위의 염증, 치루 등을 동반하는 경우도 흔해서 관련 치료를 받다가 진단받기도 한다. 심지어 뚜렷한 증상이 없다가 갑자기 장폐색이 돼 응급실로 실려 오는 환자도 있었다.
소아 크론병은 최근 10년 동안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필자는 최근 3년간 진단받은 국내 소아 크론병을 분석해 유럽 소아 크론병 데이터와 비교해 봤다. 그 결과, 말단 소장과 대장 침범이 있었던 경우가 80%에 가까웠고, 치루 등 항문 염증이 동반된 경우도 40~50% 정도로 나타났다. 이는 성인 크론병이나 유럽의 소아 크론병에 비해 훨씬 많은 수준이다. 환자 중 3분의 2에서는 상부 위장관의 병변도 발견됐다. 이는 소아내시경과 MR소장촬영술 등 우리나라의 진단 기법이 유럽에 비해 발달한 이유도 있지만, 소아 연령대에서는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되기 전까진 조기 진단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크론병을 포함한 소아청소년의 염증성 장질환은 성장 장애를 유발하는 경우가 많고, 유병기간이 길어져 합병증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빠른 진단과 함께 더욱 전략적이고 포괄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에는 일반적으로 항염증제와 면역조절제, 스테로이드제, 완전경장영양요법, 생물학적 제제(치료 항체 주사) 등이 사용된다. 특히 지난 2012년 생물학적 제제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치료의 전환점이 됐다. 생물학적 제제는 성장기 소아청소년에게 빠른 관해(병적 증상과 소견이 사라진 상태)를 유도하고, 정상 상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줘 성장 장애를 예방할 수 있다. 더불어 생물학적 제제와 완전경장영양요법을 적절히 활용하면 성장 장애를 유발하는 스테로이드제의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염증성 장질환은 난치성 질환이지만 조기에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일상생활이 충분히 가능한 병이다. 대구경북에서는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에 관심을 가진 의료진이 '염증성 장질환 네트워크'(CCAiD)를 구성해 활발하게 교류, 연구하고 있다. 또한 많은 공동 연구 결과를 내고, 환자를 대상으로 정기 교육을 진행해 병에 대한 이해와 치료 순응도를 높이고 있다.
앞으로도 의료진 연수교육과 찾아가는 병원 세미나, 공동 프로토콜 개발 등을 통해 체계적인 환자 관리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대구경북이 소아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지역으로 자리 잡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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