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원진 듯 비워진 듯, 허공 가르는 아크릴판
"인물 형상으로 투박하게 재단된 아크릴판들이 낚싯줄에 매달려 허공에서 가볍게 흔들린다. 형형색색의 아크릴 조각들로 연출된 공간에서 감상자의 시선은 아무런 방해 없이 공간 이곳저곳을 넘나든다. 공간은 채워진 듯 비어 있고, 비워진 듯 채워져 있다."
12일(수)부터 19일(수)까지 스페이스129에서 열리는 일상의 속도에 관한 '산책'을 주제로 한 김재경의 설치작품전 모습이다. 눈이 닿지 않는 바닥 한쪽에, 천장 아래 조명 트랙 위에도, 심지어 벽과 벽이 만나는 자투리 공간에도 작품과 이야기가 숨어 있다. 색과 형태는 작가에 의해 주어졌지만, 그 심리 상태에 대한 해석은 감상자들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처럼 김 작가는 특정한 상황의 구성을 통한 극적 내러티브를 서술적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그 대신 자신만의 상징적 기호체계를 만들어 인물들에 투영함으로써 주어진 정보를 마치 색인표같이 찾아 들어가는 재미를 선사한다. 제각각의 크기지만 작품 속 형상들은 주어진 색에 따라 규칙적인 형태를 가지고, 각각의 색과 형태는 인물의 심리적 내면 상태를 드러낸다.
김 작가가 이번 전시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것은 일상의 여유, 즐거운 감정, 자연과의 만남이다. 산책길에서 만나는 사람과 꽃, 나무, 개, 고양이, 새 등 모두 자연의 일부이다. 산책은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걷는 것이지만, 또 다른 의미로는 정신의 자유, 내면과의 만남이기도 하다. 김 작가는 "저의 감성으로 만든 공간에서 관람객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거닐었으면 한다"며 "이 산책 공간은 동네의 작은 공원일 수도 있고, 혹은 일상의 다른 곳, 새로운 경험의 순간, 새로운 사람, 또는 책 속의 어떤 시공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053)422-1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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