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국회의원 쪽지예산도 청탁"

입력 2016-10-11 19:56:38

정치권 여야 막론하고 반박 "지역 예산은 김영란법 예외"

이른바 '쪽지예산'이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에 저촉된다는 기획재정부의 입장 표명에 내년도 예산안 심의를 앞둔 국회가 고민에 빠졌다.

국회의원들이 예산안 심사 막판에 끼워넣는 지역구 민원 예산인 쪽지예산은 국회 예산심의의 오랜 관행으로 굳어져 왔다. 그러나 기재부가 쪽지예산과 관련한 청탁이 김영란법에 위반된다며 이를 신고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정치권에선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하다.

특히 주무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가 공익목적 지역구 사업 등의 쪽지예산은 위법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내린 상태여서 혼선이 더욱 가중되는 분위기다. 기재부 송언석 2차관은 지난 10일 "예산당국이 (쪽지예산의 공익성에 대해) 판단할 근거가 없다"면서 "법에는 공무원이 신고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처벌 대상이 된다. 현장에 있는 예산 담당 공무원의 입장에서는 판단할 근거나 권한이 없어 신고해야 하니 곤혹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구윤철 기재부 예산총괄심의관도 "쪽지예산의 공익성을 우리가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공식 루트 외의 예산은 가능하면 막자는 게 예산실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일제히 반박했다. 예결위 새누리당 간사인 주광덕 의원은 "권익위는 지역 전체를 위한 예산은 김영란법의 예외로 허용된다고 했다. 쪽지예산은 김영란법에 저촉된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김영란법을 만들 당시 속기록에 그 문제(쪽지예산)에 대한 유권해석이 다 내려져 있는데 기재부가 자기들의 예산권을 강화하기 위해, 법을 지켜야 할 기관이 유권해석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논쟁이 벌어지는 것 자체가 김영란법의 취약성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9대 국회 법사위원장으로 김영란법을 비판해온 더민주 이상민 의원은 "애매모호한 해석을 낳는 김영란법의 맹점과 결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김영란법은 각 주체가 법 취지를 완전히 다르게 해석해 무력한 법으로 전락하거나, 모든 주체가 다 법을 위반한 것으로 나오는 위험한 법이 될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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