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컴한 학정역 무서워…팔거역 내려 돌아가요"

입력 2016-10-10 19:31:46

10일 대구도시철도 3호선 학정역 주변에 인도나 가로등 등 기반 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이용객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10일 대구도시철도 3호선 학정역 주변에 인도나 가로등 등 기반 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이용객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밤에는 학정역 이용하기가 무서워 팔거역에 내린 후 버스로 갈아타고 집에 갑니다."

대구도시철도 3호선이 운행을 시작한 지 1년을 훌쩍 넘겼지만 학정역 주변에는 인도나 가로등 등 기반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이용객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10일 오후 학정역 1번 출구 앞 인도에는 잡초가 무성했고 곳곳에 쓰레기가 나뒹굴었다.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 방향으로 이어지는 농로가 시작되는 지점에는 주인 없는 폐가 하나가 방치돼 있었다. 이 길을 자주 이용한다는 주민 신모(80) 씨는 "공단 병원 주변에 있는 주택이나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이 학정역으로 오려면 농로가 유일한 길이다"면서 "학정역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뚫는 등 도시개발계획이 잡혀 있다고 들었는데 언제 시작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학정역에서 팔거역, 칠곡경대병원역으로 이어진 왕복 2차로 도로에는 인도가 없어 보행자를 난감하게 했다. 차량 한 대만 지나도 꽉 차는 도로에는 대형 트럭이 수시로 지나갔다. 이날 학정역에 잘못 내려 팔거역으로 걸어가려던 일행 4명은 인도 없는 도로를 잠시 걷다가 이내 역사로 되돌아오기도 했다.

밤이 되면 학정역 이용 주민들은 가로등조차 없는 농로를 걸어야 하는 처지다. 주민 임모(76'여) 씨는 "딸이 사는 구암역에 자주 가는데 낮에는 농로를 걸어 학정역으로 가고 있지만, 밤에는 농로에 가로등이 없기 때문에 팔거역에 내린 후 버스를 갈아타고 귀가한다"면서 "가로등만 있으면 멋진 길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로등 설치도 쉽지 않다.

농로 주변에는 경상북도농업기술원의 신품종 벼 개발을 위한 시험장이 있어 생육에 영향을 미치는 가로등 설치가 원칙적으로 힘들기 때문이다.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가로등이나 보안등을 설치하면 불빛 때문에 벼 생육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면서 "다만 밤에 농로를 오가는 주민들이 불안하다는 얘기가 많아 구청과 협의해 대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농업기술원 이전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학정역 주변은 농업기술원 이전을 전제로 지구 단위 도시계획이 잡혀 있는 상태다. 이영재 북구의회 의원은 "밤에 학정역을 이용하는 여성이나 아이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어 보안등 설치 등 대책이 필요하다"면서도 "근본적으로는 농업기술원 이전이 필요한데 앞으로 몇 년을 기다려야 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북구청 관계자는 "학정역이 생기면서 농로가 주민이 오가는 길이 된 상황인데 농업기술원 입장과 주민 요구 사항이 서로 상충하고 농업기술원 이전도 부지 선정조차 안 돼 내년에 착수하더라도 7, 8년은 걸릴 것으로 보여 대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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