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금은 김영란법 부작용이 아닌 구체화를 생각할 때

입력 2016-10-07 04:55:04

지난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김영란법의 '부작용'을 부각시키는데 야당이 선창(先唱)하고 정부가 박자를 맞추는 장면이 연출돼 국민을 어리둥절케 했다. 이미 시행에 들어간 법안에 뒤늦게 시비를 거는 것도 문제지만 법을 더 다듬어 조기 정착에 진력해야 할 정부가 이에 맞장구치는 것은 문제다.

이날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한 연구원에서는 (김영란법의 시행으로)11조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하는데 이를 받아들여야 하는지는 자신이 없다"면서도 "경제성장률에는 부정적 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영란법 시행의 영향에 대한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러자 김 전 대표는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그걸 주장해서라도 즉시 시행되는 것은 막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해할 수 없는 뒷북치기이다. 법 시행을 앞두고 이런 반론은 수도 없이 나왔다. 그럼에도 예정대로 지난달 28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것은 부작용이 있어도 시행해야 한다는 여론이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그 바탕은 이번이 아니면 일상화된 부패와 절연할 기회를 영원히 놓칠 것이라는 절박감이다. 국회에서 '부작용'을 내세워 법의 내용을 후퇴시키려는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모두 무산된 것은 바로 이러한 국민의 '압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부작용이 있음에도 없다고 해서는 안 된다. 진실 은폐는 더 큰 부작용을 키운다. 문제는 부작용이 예상되기 때문에 시행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주장은 법 규정을 보다 세밀하고 구체화해 조기 정착시켜야 한다는 국민의 뜻과 배치된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김 전 대표의 지적이나 유 부총리의 답변 모두 부적절했다.

이에 대해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김영란법에 대해 성장률이 0.1∼0.2% 영향을 미친다든지 소비에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를 근거 없이 함부로 하면 안 된다"며 "부작용에 대해서는 말조심을 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옳은 지적이다. 지금은 부작용을 부각시킬 때가 아니라 다소 두루뭉술한 법을 구체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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