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연중 가장 바쁜 때를 꼽으라면 당연히 국정감사 기간일 게다. 국감은 입법부인 국회가 행정부의 국정 수행이나 예산 집행 등에 관해 시행하는 감사다. 이 기간 국회는 각 부처, 기관이 행정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예산 집행엔 문제가 없는지 등을 두루 살피게 된다. 그러나 이를 감사한다는 게 사실은 만만치 않다. 그래서 국감 일정이 잡히면 국회는 전쟁터가 된다.
가령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의원이라면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전력공사, 중소기업청, 한국가스공사 등 56개 대상 기관을 두루 살펴보아야 한다. 보좌진들의 시계는 밤낮이 없고 일정표는 오로지 '국감 준비'로 채워진다.
20대 국회 첫 국감이 한창이다. 각 의원실은 기다렸다는 듯 결과물을 쏟아내고 있다. 국회 정론관 앞 간이 테이블 위엔 의원실에서 낸 자료가 수북하고 이는 기자들의 메일로, 문자메시지로도 날아든다. 하루 몇백 건은 족히 되니 '물건'을 고르는 작업만도 적잖은 품이 든다.
그럼에도, 국감의 만족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 피감기관 윽박지르기, 폭로, 무차별한 증인 신청 등 매번 지적받던 사항이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다. 자료의 수나 내용만 보자면 이런 나라에 산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그중엔 과장과 오해도 있고, 팩트 오류도 있다.
현장을 보자. 지난달 29일 산자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은 보도자료로 특허청장 아들 특채 의혹을 제기했으나, 동명이인임이 드러나 사과했다. 면책특권 뒤에 숨어서 틀린 사실을 내지르고 보는 폭로전은 국회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진다.
국감장에선 의원들의 질의만 있고, 답변을 듣지 못하는 경우가 수시로 목격된다. 상임위에 따라서는 한 의원이 질의, 추가'보충질의까지 다 해도 15분을 넘지 못하는 곳도 있다. 이른바 '노른자위' 상임위로 여야 할 것 없이 의원들이 몰리면서 빚어진 일인데, 이들 상임위에선 질의할 건 많고, 주어진 시간은 적으니 의원 혼자 연설을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답변을 듣지 못하니, 진실 여부조차 판가름하기 어렵다.
그나마 기댈 건 피감기관들의 후속 조치. 그런데 법으로 강제할 수 없으니, 다음 연도 국감을 벼를 수밖에 없다. 국감 종료 후 의원실은 사후 조치 요구 사항에 대한 보고를 받으나 피감기관이 '열심히 하고 있다'면 끝이다. 그러니 국감에 따라 지적 사항을 '개선'하는 데 공을 들이기보다는 '국감만 잘 버텨보자'며 피감기관의 맷집만 키우게 하는 꼴은 아닐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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