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책도 없이 자영업 대출 막는 은행들, 믿고 거래하겠나

입력 2016-10-06 04:55:05

은행이 불경기에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타격이 큰 자영업자를 상대로 돈줄 죄기에 나서면서 상당수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에 처했다. 신규 대출을 엄격히 제한하는데다 기존 대출마저 연장 없이 원금 조기 상환을 독촉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용위험이 명목상의 이유이지만 지난달 정부의 가계대출 종합대책 발표 이후 상황이 급변해 자칫 운영자금 기근 현상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은행들은 자영업자 대출(소호대출)을 크게 늘려왔다. 담보를 잡고 돈을 빌려주기 때문에 담보 위험이 적어 은행마다 대출 비중을 확대했다. 한마디로 소호대출은 리스크는 낮고 수익성은 좋기 때문이다. 그런데 계속 늘어나는 가계부채 때문에 정부가 금융대출 제한으로 방향을 틀자 은행마다 자영업자 대출까지 줄이고 있는 것이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매출이 떨어져 어려운 마당에 대출마저 까다로워지면서 550만 자영업자는 이중고에 처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지난 5년간 80조원 증가해 약 240조원에 이른다. 특히 올해 7월까지 국내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25조원) 중 50.8%(12조7천억원)가 자영업자 대출이다. 크게 늘기는 했지만 지난해 자영업자의 자산 대비 부채비율은 19.5%,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206% 수준이다.

하지만 자영업자 대출의 경우 연체율이 법인에 비해 낮고 자영업자 1인당 대출액이 수천만원, 많아도 1억~2억원 수준에 불과해 리스크 관리도 쉽다. 상황이 이럼에도 은행이 자영업자 대출을 꺼리는 것은 몸 사리기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내수 부진이 계속되고 금리 인상 등 요인으로 부실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대책도 없이 대출부터 제한하는 것은 비 올 때 우산을 빼앗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지난해 국내 자영업자 수는 모두 556만3천 명에 이른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시기와 맞물려 이들의 자영업 참여율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무작정 돈줄을 막기보다 원리금 상환을 조금씩 늘려나가거나 부실 가능성 등을 고려해 대출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등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 앞뒤 가리지 않고 자영업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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