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씨 死因은 분명 경찰 물대포
심폐정지·호흡부전, 사망 양상일 뿐
체외 투석했다면 과연 살아났을까
연관 없는데서 사망 원인 찾으면 안돼
우리가 언제 토끼 굴을 지나왔던가? 나라가 이상해졌다. 백남기 씨가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지는 것은 온 국민이 공개된 영상을 통해 지켜본 바 있다. 그는 그렇게 병원에 실려 간 후 다시 깨어나지 못하고 300여 일을 누워 있다가 세상을 뜨고 말았다. 대한민국에서 이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의 죽음을 부른 것은 분명 경찰의 물대포였다.
그런데 사인이 '병사'란다. 그분이 오랜 투병 끝에 지병으로 돌아가셨단다. 이 말 같지도 않은 소리에 서울대 의대생들이 움직였다. 그들은 의료계 선배들에게 공개적으로 물었다. 이게 말이 되냐고. 그러자 선배들이 대답했다. 물론 말도 안 된다고. 결국 특별조사위원회가 꾸려졌고 결과가 발표됐다. 진단서는 잘못됐으나, 그 잘못도 주치의 고유 권한이라고.
의사국가고시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문제가 있단다. '다음 중 사망 원인을 제대로 기재하지 못한 것을 고르시오.' 정답은 '심폐정지나 호흡부전'. 심폐정지나 호흡부전은 사망의 '원인'이 아니라 '양상'이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사망의 '원인'은 환자를 심폐정지나 호흡부전에 빠뜨린 것이어야 한다. 이 경우에 그것은 분명 경찰의 물대포였다.
더 황당한 것은 그다음이다. 주치의인 백선하 교수는 따로 기자회견을 열어 "유족의 반대로 연명치료를 받지 못해 백 씨가 사망에 이른 만큼 사인을 '병사'로 표기한 것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가족의 반대로 "최선의 치료를 하지 못해 사망에 이른 만큼" 병사가 옳다는 것이다. 즉 백남기 씨 사망의 책임이 가족에게 있다는 얘기다.
병원에 실려 왔을 당시 백남기 씨는 이미 가망이 없었다. 의료진은 가족에게 요양병원에 보낼 것을 권했으나, 그때 등산복 입고 나타난 백선하 교수의 권고로 생명 연장 수술을 한 것이다. 사실 이 권고도 윤리적 문제가 있다. 가망 없는 환자의 고통을 굳이 연장시킬 필요가 있었을까? 그래 놓고서는 연명치료에 반대했다고 죽음의 책임을 가족에게 돌린다.
백선하 교수에게 묻고 싶다. 그의 말대로 '체외 투석'을 했다면 백남기 씨가 살아났을까? 미치지 않고서는 '그렇다'고 대답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저 시간의 문제일 뿐 그의 사망은 예정된 것이었다. '최선의 치료'를 해도 살아나지 못할 환자라면, 상식적으로 사망의 원인을 치료 중단에서 찾으면 안 된다. 체외 투석 여부는 그의 사망과는 아무 연관이 없다.
서울대병원 특위위원장인 이윤성 교수의 말이다. "내 사망진단서를 백선하 교수에게 맡기지는 않겠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특위위원 모두가 백남기 씨의 사인이 '외인사'라는 의견을 냈단다. 국민들도, 서울대 의대생들도, 현업의 선배들도, 진상조사 특위의 위원들도 입 모아 '외인사'라 말해도, 백선하 교수 홀로 막무가내다.
왜 그럴까? 일단 사인을 '병사'로 기재할 경우 누가 이득을 볼지 생각해 보자. 물론 경찰과 정권이다. '외인사'로 기록하는 순간 책임자를 찾아야 하고, 그걸 찾다보면 결국 정권에 정치적 부담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백선하 교수가 미쳤거나 바보가 아닌 이상, 오직 이것만이 이 부조리한 상황을 조리 있게 설명해 줄 수 있다.
사실 비슷한 사건은 노무현 정권 때도 있었다. 그때는 경찰청장과 대통령이 대국민사과를 한 바 있다. 그때처럼 그냥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넘어가면 안 되나? 그게 안 되는 게 이 정권의 문제다. 그뿐인가? 이 정권은 늘 한술 더 뜬다. 검찰과 경찰에서는 꼭 부검을 해야겠단다. 이미 사망 원인은 알려져 있는데, 대체 뭘 더 밝히겠다고 죽인 것도 모자라 시신에 칼까지 대는가? 발뺌을 해도 참 잔인한 방식으로 한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나섰다. "물대포 맞고 뼈 안 부러진다." 말 나온 김에 국회에서 물대포 검증 한 번 했으면 좋겠다. 김진태 의원이 진리를 위해 기꺼이 제 몸을 실험에 제공해 주실 거라 믿는다. 걱정 마시라. 물대포 맞아도 뼈 안 부러지니 무슨 일이야 있겠냐마는, 행여 사고라도 나면 진단서만은 꼭 백선하 교수께 받게 해 드릴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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