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치백세] 신경 죽여주세요

입력 2016-10-05 04:55:02

치과에서 환자들과 상담 중에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 중 하나가 "신경 죽여주세요"라는 부탁이다. 주로 치통으로 며칠 고생했거나 시린 치아 탓에 견디기 힘든 환자들이다.

그러나 '신경을 죽인다'는 말에는 치명적인 오해가 숨어 있다. 치아 내부에는 '치수'라는 참외의 속처럼 말랑말랑한 조직이 치아 머리부터 뿌리까지 길쭉하고 가늘게 이어져 있다. 치수 안에는 혈관과 신경, 림프 조직 등이 포함돼 있다. 치수 조직은 구조적으로 아주 단단한 껍질(상아질과 법랑질)에 싸여 있기 때문에 염증이 생기면 그 압력이 배출될 공간이 없어 극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더구나 치수 조직으로 가는 혈류량도 매우 적기 때문에 일단 염증이 발생하면 인체의 다른 조직처럼 자연 치유가 힘들고 대부분 치수 조직이 괴사하게 된다.

치수가 완전히 괴사할 때까지 치아는 굉장히 큰 통증에 시달린다. 예전에는 심한 통증을 피해 치아를 빼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치료 기술이 발달하면서 치수를 완전히 제거하고, 공간을 깨끗하게 청소, 소독, 성형한 뒤 특수한 약재로 밀봉해 치아를 보존하는 '근관치료'(Root Canal Treatment)가 가능해졌다.

이러한 근관(신경)치료는 신경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죽어가는 신경을 깨끗하게 제거해 치아의 수명을 늘려주는 치료라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근관치료는 세균에 감염돼 죽어가는 치아의 수명을 연장하는 중요한 치료다. 하지만 치아 내부의 근관(신경)은 매우 미세하고 방향이나 위치가 사람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에 난이도가 매우 높은 치료에 속한다. 따라서 치아 내부로 침이나 세균이 들어가지 않도록 철저하게 방습하고, 근관(신경)을 철저히 제거하는 동시에 이 뿌리 길이만큼 정확하게 치료해야 한다.

근관(신경)치료는 누구라도 일생에 한 번이라도 경험하고 싶지 않은 치료일 것이다. 근관치료를 받지 않으려면 평소 정기검진으로 충치나 치아 균열, 파절 마모 등을 잘 진단해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해 주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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