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자세 꼿꼿하게 잡아주는 최고의 건신술(健身術)"
지난달 29일 오후 찾아간 대구 남구 대덕노인복지관 2층 강당에 있는 검도장. "탁! 탁! 이얍~." 소리에 이끌려 들어서자 날카로운 죽도의 파열음과 기합소리가 복도를 울리고 있었다. 어르신들이 검도를? 그냥 살살 목검 체조나 하는 정도겠지 했던 선입견은 강당에 들어서는 순간 날아가 버렸다. 에너지가 가득 차 있는 체육관. 어르신들 허리는 전봇대처럼 바르고 곧았고 얼굴엔 활력이 넘쳤다. 거기에 얼마 전 전국대회에서 큰 상까지 받았다고 한다. 검도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전국 어르신 검도대회서 '장려상' 수상=지난 7월 검도반에 작은 경사가 하나 있었다. 대한검도회 주최 '전국어르신 검도대회'에서 대덕복지관팀이 입상을 한 것이다. 전국에서 50여 팀이 참가하는 어르신대회는 수도권팀이 주축을 이루고 지방에서는 참가 자체가 힘들다.
그런 경기에서 '장려상'을 받았으니 그 의미는 작지 않다. 그것도 창단 3개월 만에 거둔 전국대회 입상이라서 보람은 더 컸다.
대회에 참가했던 이종득(88) 씨는 "우리 팀이 '순서'에서 조그만 실수를 했는데 그게 너무 아쉽다"며 "나중에 자세, 기세, 기합, 통일성에서 최고 실력이었다는 심사위원들의 칭찬을 들었다"며 안타까워했다.
대회를 지도했던 조요왕(50'누리검도관) 관장은 "3개월이면 겨우 검이 손에 익을 때인데 전국대회 입상까지 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말하고 "몇몇 어르신들은 복지관 훈련이 끝나고 검도관으로 다시 찾아와 특별지도를 자청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며 공을 어르신들에게 돌렸다.
◆노인 허리'척추 교정에 최고 스포츠=복지관에는 어르신들을 위한 체육, 건강 프로그램이 많다. 기체조, 전통춤, 벨리댄스부터 골프, 게이트볼까지 30여 개의 건강강좌가 운영되고 있다.
이 가운데 '칼싸움'으로 인식되는 검도는 어르신들이 선뜻 나서기에 주저하는 종목이다. 처음 강의를 맡은 조 관장은 "젊은 사람들에게도 격한 운동인 검도가 어르신들에게 무리가 아닐까 했는데 다들 체력에 맞춰 잘 따라주고 계신다"며 "혹시 검도에 입문할 생각을 하면서도 시작을 못 하신 어르신들이 있다면 빨리 복지관으로 나오라"고 당부했다.
그동안 요가, 태극권, 골프까지 다 섭렵했다는 우광순(69) 씨는 한눈에 보기에도 꼿꼿한 허리 자세를 갖추고 있었다. 현재 우 씨의 허리는 고3 손자와 나란히 서도 뒤지지 않을 정도의 각도를 유지하고 있다. 우 씨는 "척추가 바로잡히니 다른 운동은 자동으로 된다"고 말한다.
교사 시절 1, 2년 정도 검도를 했다가 20년 만에 죽도를 다시 잡았다는 이종득 씨는 "검도의 기본 동작이 단순한 것 같지만 머리, 손목, 허리가 순간순간 순발력을 발휘하는 운동"이라며 "노인들의 머리 회전, 판단력 중가, 치매 예방에 더없이 좋은 운동"이라고 말한다.
◆운동 프로그램 통해 활력 충전=새로 시작한 프로그램이 예상 밖으로 성공을 거두자 조 관장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주 1회 2시간 프로그램으로 성이 덜 차 도장으로 직접 찾아와 극성(?)을 떠는 '노제자'들을 보며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던 것. 곧 100세 시대를 맞이하게 되는데 어르신들이 운동을 통해 활력을 찾는 것을 보고 사회체육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동안 엘리트 체육이나 젊은 층 동호인 모임에만 관심을 집중했는데 앞으로는 어르신들 체육 프로그램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대덕노인복지관에서도 체계적인 지원을 서두르고 있다. 한시적 프로그램으로 시작했지만 이제 정규반으로 업그레이드 되었고 강의도 내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어르신들은 동호회까지 결성하며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설찬수 복지관장은 "사실 대구시내 복지관에서 검도반이 설치된 곳은 손에 꼽을 정도로 복지관에서 조심스러워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하고 "우려를 딛고 어르신들 기량이 전국 수준으로 올라온 만큼 앞으로 각종 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까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찰나의 순간에 상대방을 제압한다는 검도는 최고의 호신술 중 하나로 꼽힌다. 노년의 어르신들에게 검도는 호신술까지는 아니더라도 건강을 지키고 몸을 바로 세우는 '건신술'(健身術)은 될 듯싶다. 지금 어르신들이 베는 건 무기력, 스트레스요, 기합으로 날려 버리는 건 노년의 우울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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