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진입로 특혜 논란, 정보 제공자만 찾는 울릉군

입력 2016-10-04 04:55:06

지난해 5월이었다. 울릉군이 1억원 상당의 군비를 들여 경찰 간부가 매입한 땅에 진입로를 내고 옹벽을 쌓아준 사실이 드러나 특혜 논란이 일었다. 울릉군은 이 공사를 3개 부서로 나눠 2년에 걸쳐 진행했다. 농로 확장'포장, 재해위험지구 보강 명목으로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 관련 서류를 허위로 작성한 사실까지 취재를 통해 밝혀졌다.

울릉군은 마녀 사냥에 나섰다. 누가 기자에게 정보를 제공했느냐는 것을 두고, 울릉군은 한 직원을 지목했다.

'범인' 색출에 혈안이 되긴 경찰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당시 서장은 몇몇 부하 직원 앞에서 "소를 잡아먹어도 소문이 안 나야지 이게 무슨 일이냐"며, 경찰 수장 입에서 나왔다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발언까지 했다.

그 사이 문제의 본질은 사라졌다. 책임을 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논란은 결국 잊혀갔다.

1년이 지난 지금 똑같은 일이 불거졌다. 울릉군이 1억원 상당의 군비를 들여 맹지(盲地)인 군청 A서기관 땅에 길을 내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두 사건은 붕어빵처럼 닮았다. 터무니없는 구실을 만들어 공사를 시작했고, 해마다 조금씩 나눠 진행했으며, 관련 서류 또한 허위로 작성했다.

보도 이후 모습까지 빼닮았다. 울릉군 B서기관은 기자가 이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를 더 궁금해하며 취재 경위를 묻고 다녔다. 일부 간부 직원은 B서기관이 의도적으로 정보를 흘렸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퍼뜨린다. 몇몇 주민은 내후년 치러질 지방선거까지 들먹이며 다양한 '소설'을 쓰고 있다.

참담하다. 1억원에 달하는 주민 혈세로 개인의 배를 불린 것보다, 같은 일이 계속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보다, 문제의 본질을 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 마음을 더욱 불편하게 한다.

'눈먼 자들의 도시'란 소설이 있다. 어느 도시에서 한 사람이 눈이 먼다. 실명은 전염병처럼 퍼져, 한 사람만 빼고 도시 전체 사람들의 눈을 멀게 한다. 사람들은 눈먼 사람들이 자기를 보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아무 곳에서나 대소변을 보기 시작한다. 질서는 순식간에 무너지고 이기심 가득 찬 사람들은 약한 자를 핍박한다.

말미에 주인공은 말한다. "나는 우리가 눈이 멀었다가 다시 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는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이라는 거죠."

울릉도가 '눈먼 자들의 도시'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여전히 우리 사회엔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 주길 기다리는 진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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