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미르재단의 진실

입력 2016-10-03 04:55:05

요즘 신문'방송 뉴스를 훑어보면 아주 우스꽝스럽다. 특정 사안에 대해 언론사마다 시각이 달라도 이렇게 다를 수 있는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

공중파 방송과 주요 일간지(소위 조중동)는 '국회 파행'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단식' '북핵' 등을 주요 기사로 다루고, 진보'마이너 신문은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청와대 비선 개입' 뉴스를 지면에 도배한다. 특히 주류 언론은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에 대해 짤막하게 보도하거나 '청와대'라는 말은 거의 언급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보도하는데 그친다.

주류 언론과 비주류 언론이 뉴스의 가치(value)를 다르게 보고 있다면 도대체 뉴스 선택의 기준이 무엇인지 의문스럽다. 언론학에서 뉴스의 가치는 대체로 중요성, 흥미성, 시의성, 근접성 등의 요소에 따라 결정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은 뉴스 가치가 떨어지는 아이템일까?

미르'K스포츠재단의 기금 출연 과정을 보면 뉴스 가치 면에서 차고 넘치는 것임을 누구나 안다. 두 재단은 문화'체육사업을 위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대기업 20여 곳으로부터 774억원을 모금해 설립했는데, 청와대 비선 실세가 개입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대기업에 할당한 모금액과 모금의 자발성 여부, 문화체육관광부의 인가 과정, 이사장 선임, 청와대 참모와 비선 실세의 개입 여부 등 온통 의혹투성이다. 그런데도 주류 언론이 이를 파고들지 않고 건성건성 다루는 이유는 전적으로 권력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성격을 잘 아는 주류 언론이 '몸조심' 차원에서 보도를 자제하고 침묵하고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의혹을 처음 보도한 매체가 TV조선이라는 점이다. 7월 말부터 8월까지 TV조선은 '청와대 안종범 정책조정 수석, 500억 모금 개입 의혹' '미르재단, 대통령 순방 TF 수시 참석' 등을 단독 보도했다. 이를 접한 마이너 언론들이 그때부터 의혹을 확대 재생산하고 이슈화했다. 현재 TV조선과 조선일보는 이 의혹을 마지못해 보도하거나 완곡한 표현으로 다룰 뿐이다.

이 의혹은 세월이 흐르면 잊힐까? 절대 그렇지 않다. 내년 후반쯤 현 정권의 '폭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주류 언론의 '이리떼' 근성이 발휘되는 것은 권력자의 힘이 떨어졌을 때다. 독자보다는 자사 이기주의에 매몰된, 비뚤어진 언론 풍토는 언제쯤 고쳐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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