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장 줄섰던 화환 자리 '텅∼'…김영란법 시행 첫 주말

입력 2016-10-03 04:55:05

혼주 식사·부조금에 신경 곤두세워…회식 급감 불똥 대리운전 콜 뚝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 후 첫 연휴를 맞아 2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결혼식장에서 검찰직원 가족의 결혼식이 열리고 있다. 법 시행 전의 결혼식에 비해 화환 수가 대폭 줄어들었다. 연합뉴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 후 첫 연휴를 맞아 2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결혼식장에서 검찰직원 가족의 결혼식이 열리고 있다. 법 시행 전의 결혼식에 비해 화환 수가 대폭 줄어들었다. 연합뉴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 이후 맞은 첫 주말, 쉽게 접하던 일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이른바 '3'5'10' 규정에 따라 결혼식 및 장례식장 풍경이 달라졌고 가을 시즌을 맞은 골프장은 비까지 겹치면서 내장객들이 줄어든 모습이었다.

우선 화환으로 뒤덮이던 주말 결혼식장 풍경이 달라졌다. 2일 오후 대구 달서구 한 대형예식장. 주말마다 4개 홀 앞에 화환으로 가득 차던 풍경은 사라졌고 홀마다 몇 개의 화환만 서 있었다. 예식장 직원은 "가장 큰 홀의 경우 평균 20개 이상의 화환이 들어오는데 이번 주에는 화환이 10개가 넘은 예식이 없었다. 한 주 사이에 절반 이하로 화환이 확 줄어들었다"고 했다. 하객들도 '식사비 3만원'경조사비 10만원'에 잔뜩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한 혼주는 결혼식 이후 접대하는 뷔페 식사가 3만원인데 혹시 법에 저촉되지 않는지 예식장 측에 문의하기도 했다. 결혼식에 참석한 한 경찰관은 "진짜 친한 후배 경찰의 결혼식이라 사실 좀 더 큰 금액을 내고 싶었는데 10만원밖에 내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화환이 사라진 모습은 장례식장도 마찬가지였다. 대구 남구 한 대학병원 장례식장에는 입구는 물론 복도까지 가득 채우던 화환들이 줄어든 모습이었다.

상당수 조문실 입구에는 3~5개 정도의 화환만 놓여 있었고 평소 100여 개 이상 화환이 줄지어 서 있던 특실에는 절반 정도만 세워져 있었다. 또 화환 대부분이 10만원 미만의 '김영란 화환'들이었다.

장례식장 관계자는 "특히 대형 조문실 화환들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 같다"며 "화환 배달하는 분들 얘기를 들어봐도 10만원을 넘는 화환은 찾아보기 어렵고 7만원대가 가장 많다"고 했다. 조문실을 지키고 있던 한 유족은 "조문객들에게 미리 화환을 보내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예전에 다른 분들이 상을 당했을 때 화환을 보냈었기 때문에 꼭 보내겠다는 사람들 것만 받아 세워둔 것"이라고 했다.

골프장은 썰렁한 모습을 연출했다.

연휴 첫날인 지난 1일 비까지 겹치면서 대구 인근 상당수 골프장의 내장객이 평소보다 20~30% 줄어든 모습을 보였다. 또 일부 골프장은 김영란법 이후 부킹이 줄어들면서 20% 정도 할인가를 적용해 내장객 모집에 나서기도 했다. 9일 주말 부킹도 10% 정도 줄어든 상태다.

회원제 골프장 관계자는 "10월의 경우 해가 짧아지면서 상대적으로 받을 수 있는 팀이 줄어들어 이른바 부킹 전쟁이 벌어지는 시즌이지만 지금은 예전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라며 "이번 주말 일부 시간대가 아직 남아있으며 경북 지역 골프장은 예약률이 20% 정도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대리운전업계는 김영란법 직격탄을 맞은 상태다.

법 시행 이후 접대나 회식 자리가 급감하면서 지난주부터 대리운전 호출이 큰 폭으로 감소한 탓이다.

한 대리운전 기사는 "평소 금요일이나 토요일에는 일찍 나오면 많게는 10건까지도 콜을 받을 수 있었는데 김영란법 때문인지 지난주 금요일에는 4건밖에 받지 못했다"고 했다. 한정식집 대표는 "회식이 많은 목요일이나 금요일에는 대리 기사 호출이 쉽지 않았지만 손님이 줄어든 탓에 대리기사 연결도 쉬워졌다"며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는 대리비가 떨어진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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