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뿌리가 담긴 개천절, 쉬는 날로만 알다니…"

입력 2016-10-03 04:55:05

대구 수성못에 인근 국조단군성전, 시민 10여명만 찾았을 뿐 '썰렁'

오늘은 단기 4349주년 개천절. 2일 오후 대구 EXCO 앞 광장에서 열린
오늘은 단기 4349주년 개천절. 2일 오후 대구 EXCO 앞 광장에서 열린 '2016 개천문화대축제'에서 단군 탈을 쓴 대구국학원 회원들이 떡 케이크를 자른 뒤 태극기를 흔들며 대한민국 생일 축하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3일 오전 11시에는 팔공산 비로봉 천제단에서 개천대제 행사가 열린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국경일로 지정됐지만 아직 개천절은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별다른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개천절을 하루 앞둔 2일 오후, 대구 수성구 수성못 남편 산자락에 위치한 국조단군성전은 썰렁하기만 했다. 고조선을 건국한 단군 사당인 이곳은 이날 10여 명의 시민들만 찾았을 뿐이다.

국조단군성전은 지난 1966년 중구 달성공원에서 이곳으로 옮겨졌다. 이곳 관리인인 김숙자(58) 씨는 "해방 이후 달성공원에 있던 일본 신사를 철거하고 단군을 모시는 사당을 만들었는데 달성공원 개발로 이곳으로 이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성전에서 단군 시대의 역사를 가르치는 김 씨는 우리 민족의 역사가 시작된 개천절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 씨는 "개천절이 왜 10월 3일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고 단순히 쉬는 날로만 인식하는 것 같아 아쉽다"며 "우리 민족의 뿌리가 담긴 곳이지만 성전을 찾는 일반 시민들은 하루에 평균 5, 6명에 그치고 있다"고 했다.

개천절 하면 흔히 떠오르는 것은 단군신화다.

하지만 단군 역사를 공부하는 이들은 '환웅과 웅녀 이야기'로 인식되는 단군신화는 일제에 의해 왜곡된 부분이 많다고 강조했다.

40년 넘게 성전을 찾고 있는 김종태(68'대구 동구 방촌동) 씨는 '곰이 어떻게 쑥과 마늘을 먹는다고 사람이 되겠나'며 쓴웃음을 지었다. 김 씨는 "시험을 통해 환웅의 혼인 상대로 곰을 숭상하는 부족의 공주를 선택한 역사적 사실이 민중들을 통해 와전된 것"이라며 "특히 '웅녀'라는 호칭은 일제가 민족의 역사를 폄하하기 위해 만든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단군을 모시는 성전을 유사종교로 보는 시각이 안타깝다는 의견도 있다. 이곳을 찾은 지병국(57'경산시 옥산동) 씨는 "단순히 민족의 뿌리를 알자는 것이지 종교적 색채는 전혀 없다"며 "회원 중에는 목사와 스님도 있을 정도로 종교로부터 자유로운 편"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조단군성전에 가입된 회원들은 700여 명 수준이다.

이들은 우리 역사의 출발인 개천절과 단군이 제대로 평가받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회원들은 "단군의 홍익인간 이념은 자비, 사랑과 같이 모든 사상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오늘날 현대인들에게도 적용되는 부분이 많다"며 "앞으로 개천절의 의미가 시민들에게 널리 알려져 민족의 역사에도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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