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알아서 식사값 계산, 부담감 없는 자리 긍정적…'밥값이 회비' 모임도 결성
경북도청 A국장은 알고 지내던 사람과 몇 주 전 "28일 저녁식사를 하자"고 약속했다. 공교롭게도 '김영란법'이 시행되는 첫날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날 안동에서의 저녁식사 약속을 정상적으로 진행했다.
이날 A국장의 식사 장소는 안동시내 한 일식집. 오래간만에 만난 만큼 얘기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 식사 시간을 감안, 2만5천원짜리 코스 요리로 예약했다. 식사를 마친 뒤 A국장은 자신이 먹은 밥값 2만5천원을 자신의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중앙부처 공무원들과 28일 경주에서 업무협의차 저녁식사를 한 경북도청 B국장은 설렁탕집에서 자리를 함께했다. 한 그릇에 8천원짜리였다. 물론 밥값은 모두 각자가 계산했다.
B국장은 이날은 업무상 자리인 만큼 자신의 밥값 8천원을 업무용 신용카드로 계산했고, 중앙부처 공무원들도 각자 업무용 카드를 꺼내 값을 치렀다. 처음 겪는 일이었지만 어느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모두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내 들었다.
대한민국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김영란법이 '각자 내기'라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안동시청 D주무관은 28일 업무 관계자들과의 점심식사 메뉴를 1만원짜리 해장국으로 정했다. 식사가 끝난 뒤 밥값 1만원을 자신의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그는 "예전에는 업무 관계자들이 찾아오면 으레 밥을 얻어먹었다. 그런데 세상이 바뀌었다. 더치페이를 오늘부터 당장 시작했다. 식사 시간도 짧아지고 신세 진다는 느낌이 없어 기분이 좋다. '진작에 왜 이리 못했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선후배 공무원들끼리의 식사 자리도 이제 회비를 모아 밥값 계산이 투명하게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1만원회, 2만원회 등 돈을 모아서 식사하는 모임이 벌써부터 만들어졌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경북도청은 최근 간부회의에서 기존 공무원 행동요령과 김영란법이 다를 바 없는 만큼 김영란법에 위축되지 말고 업무상 만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공무원들에게 지시했다.
경북도청 한 간부 공무원은 "도청이 안동으로 왔는데 공무원들이 김영란법 무서워 사람을 만나지 않으면 제대로 된 행정을 펼 수 없고, 결국 행정수요를 모르고 헛정책만 남발한다"며 "각자 내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으므로 민원인들과의 만남을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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