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부터 출연한 서경옥 씨
2013년 초연 이후 매년 수차례 무대에 오르고 있는 극 공연이 있다. 통산 160여 회 공연에 대구경북 관객 5천 명이 찾은, 작지만 단단한 작품이다. 엑터스토리의 레퍼토리 노래극 '개장수'다.
지난 세기 서민들의 현대사를 한 아버지의 인생사로 풀어내는 개장수, 1인 다역을 맡아 연방 폭소를 일으키는 멀티맨, 극 중 시대와 시대의 감정선을 이어주는 옛 가요 15곡이 특징인 이 작품에서 간과할 수 없는 요소가 하나 더 있다. 개장수의 아내다. 실은 벙어리라서 남편에게 속상한 마음이 들어도, 자식이 세상으로부터 상처를 받아도 설움과 분노를 그저 삼킬 수밖에 없는 어머니다. 이 역할을 작품 초연부터 3년간 줄곧 맡고 있는 배우가 있다. 서경옥(41'사진) 씨다.
그런데 서 씨의 전공은 연기가 아니다. 서 씨는 경북대 음악학과에서 성악을 배웠고, 10년 전 경산시립합창단 창단 멤버가 돼 지금까지 음악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개장수'는 서 씨의 연극 데뷔작이다. "합창단에서 노래에 연극을 가미한 공연을 이따금 해 왔습니다. 세미 오페라 '아리랑'에서는 독립운동가의 어머니 역할을 맡기도 했고요. 그리고 3년 전 운 좋게 연극에 노래를 가미한 '개장수'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아내는 말을 못하기 때문에 대신 노래로 많은 것을 전달하는 배역이다. 이 역할이 주어졌을 때, 노래에는 자신 있는 서 씨였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부담이 참 컸단다. "말로 해도 어려운 연기를 말을 최대한 절제하며 해야 하니까요. 그것도 연기 초보가 말입니다." 서 씨는 장애인들의 모습을 눈여겨보고 수화도 배우며 자신만의 캐릭터를 위해 노력했다.
세 자녀(현재 고3 아들, 고1 딸, 초5 아들)도 서 씨에게 힘이 됐다. 그 덕분에 자식을 둔 엄마 역할에 진하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었단다. "혼란한 시대 탓에 잡혀가는 아들을 보며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장면이 있습니다. 또 '자식보다 돈이 더 중요하냐'고 곁에 있는 남편에게 얘기하지만 실은 세상을 향해 원망하는 장면이 있어요." 서 씨의 대사 분량은 다른 두 출연자(개장수, 멀티맨)에 비해 극히 적다. 하지만 여성 관객들, 특히 그때 그 시절을 살았던 할머니와 어머니 관객들을 훌쩍거리게 만들고, 엄마라는 존재를 남성 관객들에게도 어필하는 중요한 역할이다.
서 씨에게는 '개장수'라는 작품이 엄마 같은 존재다. 배우는 게 많아서다. "개장수 역 채치민, 멀티맨 역 박상희, 한때 멀티맨 역을 맡았던 김재권 선생님으로부터 연극 그 자체를 배웠습니다. 지난 3년간 '개장수'는 한 번도 삐거덕거린 적이 없어요. 스스로 컨디션을 관리하며 공연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프로 배우들의 모습에서 제 삶의 힌트도 얻습니다."
극 중 가족의 모습이 '넘나'(너무나) 내 얘기 같고 또 안타까워서 객석에서 무대로 뭐라 한마디 툭 던져도 엄마 품처럼 다 받아주는 노래극 '개장수'는 10월 1일(토) 오후 7시 30분, 2일(일) 오후 3시 및 7시 30분, 모두 3차례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에서 공연된다. R석 5만원, S석 4만원, A석 3만원. 053)424-8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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