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정현의 역투가 돋보였다. 삼성 라이온즈가 27일 마산 원정에서 NC 다이노스를 5대3으로 누르고 4연승을 질주했다. 4연승은 삼성의 올 시즌 최다 연승 행보. 임시 선발투수로 나선 백정현은 프로 데뷔 후 10년 만에 첫 선발승을 거두는 기쁨을 맛봤다.
백정현은 잠재력이 큰 투수다. 좌완인 데다 시속 140㎞ 중반대의 빠른 공을 뿌린다. 하지만 기대만큼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진 못하고 있다. 제구가 흔들리고 기복이 심한 것이 단점. 매년 초 해외 전지훈련 때는 위력적인 모습을 선보이며 코칭스태프를 들뜨게 했지만 정규 시즌에 돌입하면 움츠러드는 상황이 반복돼 아쉬움을 남겼다.
백정현의 나이도 어느새 스물아홉이 됐다. 코칭스태프가 마냥 기다려줄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도 이젠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면서 확실히 자기 자리를 찾아야 할 때다. 27일 경기 전까지 백정현이 올린 성적은 4승 3패, 평균자책점 6.55. 아직 제구가 완전치는 않지만 예년보다는 발전한 모습이다. 불펜에서 필승조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백정현이 올 시즌 선발 출장한 것은 이날 경기 전까지 2회. 이달 10일 NC전에서 3과 1/3이닝 1실점, 16일 SK 와이번스전에서 2와 1/3이닝 6실점했다. 불펜으로 나섰을 때보다는 부진한 실적. 최소 5이닝은 던져야 선발투수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는데 소화한 이닝도 너무 적었다.
이날 백정현은 어깨에 염증이 생겨 전력에서 이탈한 윤성환 대신 선발 등판했다. 그의 투구 내용은 임시 선발투수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좋았다. 5와 2/3이닝 동안 2피안타 3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역투했다. 1~3회말을 3자 범퇴로 처리하고, 5회말에서야 첫 안타를 허용하는 등 에이스급 호투를 선보였다.
백정현이 잘 던졌지만 삼성 타선은 경기 초반 활로를 찾지 못했다. 상위 타선에서 2회초 1사 1, 2루 기회와 4회초 무사 만루 기회를 만들었지만 하위 타선이 침묵했다. 득점에 성공한 것은 5회초. 무사 1, 3루 때 구자욱의 내야 땅볼로 첫 득점을 올린 데 이어 조동찬의 1타점 적시타, 이흥련의 희생 플라이로 2점을 추가했다. 최형우는 3대2로 앞선 7회말 솔로 홈런을 날려 KBO리그 사상 6번째로 3시즌 연속 30홈런 고지를 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