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선생님의 자득(自得)

입력 2016-09-27 07:13:37

"내가 아버지의 술법과 조금도 다름이 없고 강한 힘은 오히려 나으니 무엇을 못하오리까!" "아직 멀었다. 지혜란 배워서 되는 것이 아니요, 스스로 터득함이 있어야 되는데, 너는 아직 멀었다."

세종대왕의 이질이자 화가 강희안의 동생으로 문장이 뛰어났던 강희맹은 도둑 부자(父子)를 다룬 '도자설'(盜子說'도둑 아들 이야기)을 남겼다. 도둑질이 업이라 뭇 술법을 가르친 아버지는 아들은 자신보다 낫다고 하자 현장 교육(?)에 나서 아들을 곤경에 빠뜨렸다.

우여곡절 끝에 아들은 임기응변으로 위기에서 벗어나 "짐승도 제 새끼를 보호하는데 그럴 수 있느냐"며 탓하자 아버지는 "이제 너는 도둑으로서 천하를 독보할 것이다. 사람의 기술이란 남에게 배운 것에는 한계가 있고 제 마음으로 터득한 것이라야 무궁하다"고 훈수했다.

'도자설'은 '지극히 천하고 악한 기술인 도둑질'에도 배운 기술 못지않게 현장 상황에 맞게 대처하는 일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 학문에도 스스로 터득하는 자득(自得)과 마음으로 터득하는 심득(心得)의 중요성을 일깨우며 자득과 심득에 소홀함이 없을 것을 주문하고 있다.

옛 사람들은 세상살이 이치의 가르침과 배움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스스로 노력하여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할 것을 일깨웠다. 앞선 사람들은 좋거나 나쁘거나 세상살이를 그렇게 헤쳐나갔다. '도자설' 같은 여러 글들이 많이 남은 까닭이다. 지금도,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자득과 심득으로 익힌 배움에는 나쁜 것도 있다. 이는 퍼지게 마련이고 전파성도 강하다. 범죄로 교도소를 들락거리며 몰랐던 짓거리를 배워 모방 범죄에 빠짐은 좋은 증거이다. 극히 일부지만 비슷한 일이 대구교육계에서 일어나고 있다.

몸이 아플 때 학교를 쉬는 병가제도의 남용, 악용 의심 사례가 그렇다. 법적으로 교사, 공무원 등에게 보장된 권리인 병가를 매년 400명의 교사가 쓰는데 허위진단서 요구, 반복 병가 등 사례가 드러나서다. 몇만~몇십만원의 진단서로 최대 60일까지 유급 병가를 쓰면 '무노동 유임금'이니 분명 남는 장사다.

이는 배울 일이 아니다. 나라 곳간 축내는 이런 장사를 가르칠 비양심적인 교사는 분명 없다. 스스로 익힌 자득의 지혜(?)가 틀림없다. 그렇더라도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되기 전에 당장 그만둬야 한다. 대구시교육청도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기 전에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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