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뇌출혈 아버지 돌보는 한병주 씨

입력 2016-09-27 07:13:37

아버지 쓰러진 충격에 어머니도 치매 증상

지난 5월 두개골 골절과 뇌출혈로 병상에 눕게 된 한병주(가명) 씨의 아버지와 병간호를 하는 한 씨 어머니.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지난 5월 두개골 골절과 뇌출혈로 병상에 눕게 된 한병주(가명) 씨의 아버지와 병간호를 하는 한 씨 어머니.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지난 5월 평소 약주를 즐기던 아버지는 그날따라 유독 전화를 받지 않았다. 자정을 넘긴 시각, 한병주(가명'37) 씨의 어머니는 계속 연락이 닿지 않는 아버지를 찾아 집 밖으로 나섰다. 아파트 출입구에서 불과 20m 떨어진 곳에 쓰러진 아버지가 눈에 띄었다. 지갑과 신분증은 사라진 뒤였다.

다친 곳 하나 없이 평온한 얼굴의 아버지는 오래도록 깨어나지 않았다. 당황한 어머니는 119구급대에 신고했고, 병원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대했다. 외상은 없지만 두개골 골절로 뇌출혈이 심하게 진행된 상태였고, 수술을 하더라도 예전처럼 돌아갈 수 없다고 했다. 의료진은 한 씨 가족에게 수술 여부를 선택할 것을 권했다. "처음에는 가족들이 환자를 살려만 달라고 애원하지만 막상 수술하고 나면 환자가 식물인간이 돼 가족들이 더 힘들어지는 경우를 봤다"는 설명도 함께였다. 한 씨는 "그래도 그 상황에서 가족으로서 수술을 포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건강과 일상을 잃은 가족

의사의 말은 현실이 됐다. 아버지는 건강을, 가족은 일상을 잃었다. 어머니는 아버지와 함께하던 노점을 접었고, 타지에 있던 남동생(35)은 일을 그만두고 대구로 왔다. 두 사람은 하루 12시간씩 교대로 아버지를 돌보고 있다. 아버지는 지난 5월 25일 첫 수술을 했고, 한 달 새 두 번의 추가 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고비는 넘겼지만, 한 씨는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라고 읊조렸다. 결핵과 당뇨가 있던 아버지는 치료와 회복이 더뎠고 아프면서 살이 20㎏이 넘게 빠졌다. 현재 아버지는 거동을 전혀 못 한다. 먹지도, 대소변을 가리지도 못하고 말조차 할 수 없다. 한 달 전만 해도 간단한 말은 했지만 지금은 입을 닫아버렸다. 마음 여린 어머니가 하루에도 몇 번씩 눈물을 삼키지만 아버지는 고개를 돌린 채 두 눈만 깜빡일 뿐이다.

아버지의 회복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는 한 씨는 가벼운 치매 증상을 보이는 어머니가 더 걱정이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쓰러진 후부터 말을 조리 있게 하지 못하고, 했던 말을 반복했다. 치매 검사에서 어머니는 경미한 인지장애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담당의사는 최근에 정신적으로 큰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했다. "아버지가 지금보다 좋아질 가능성은 누가 봐도 희박해요. 그런데 어머니마저 건강을 잃으신다면…." 한 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

◆벗어나기 어려운 가난의 덫

아버지가 병상에 누우면서 한 씨가 홀로 가족의 생계를 어깨에 짊어졌다. 하지만 직장을 다니는 한 씨 탓에 아버지와 어머니는 기초생활수급대상으로 선정되기 어렵다. 한 씨는 동 주민센터 직원을 붙잡고 "내가 사라져야 부모님이 도움을 받으실 수 있는 거냐"고 고개를 숙였다.

한 씨는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 본 적이 없다. 아버지는 청원경찰로, 어머니는 식당일로 생계를 이었지만 살림살이는 늘 팍팍하기만 했다. 어린 시절, 단칸방에서 네 식구가 살다가 중학교 2학년 때에야 겨우 영구임대아파트로 옮겼다. 함께 살던 한 씨도 2년 전에야 따로 살림을 났다.

한 씨는 생활비 등으로 2천500만원의 빚을 졌다가 5년 동안 갚았고, 이달에야 겨우 개인회생절차가 끝났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여전하다. 지금까지 나온 진료비 1천만원은 어떻게 해결했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거동을 못하는 아버지는 결핵과 당뇨도 앓고 있어 치료비만 매달 100만원씩 들어간다. 나머지 식구들의 생활비까지 더하면 매달 200만원이 필요하다. 한 씨는 만나고 있는 여자친구와 결혼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대체 한 달에 얼마를 벌어야 부모님을 부양하고 가정을 꾸릴 수 있을까요? 저는 아직 답을 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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