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공부를 못하면 보통 부모님이나 교사는 공부를 안 해서 못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아이가 공부를 안 해서 못하기보다는 못해서 안 하는 경우가 더 흔하다는 것이다. 즉, 공부에 관계되는 신경학적인 회로에 문제가 있을 경우 이로 인해 학습이 원활히 되지 않기 때문에 공부를 못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학습에 대한 관심이 더 좋은 학습 환경, 강의, 교재, 학생의 노력 등 두뇌 외적인 면이 강조되었으나, 아무리 좋은 두뇌 외적인 환경이 주어졌어도 학습정보를 실어 나르는 두뇌 내적인 면이 간과되면 공부를 하기 힘든 학생들이 상당수 존재하며 이에 대한 이해와 개선에 새로운 관심이 모아져야 한다. 결국은 학생들이 공부를 안 하고 있다기보다 못하고 있다는 관점에서 보아야 하는 전환이 필요하다.
올해 초 느린 학습자 지원법이 통과되면서 그동안 학습부진아로 낙인찍혀 고통받던 아이들이 교육사각지대에서 벗어나게 되어 우리 교육이 서열 위주의 교육에서 다양성을 인정하는 교육으로 진화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필자의 기대감은 무척 고무되었다.
하지만 그 기대감은 오래가지 못했다. 느린 학습자를 단순히 경계성 지능을 가진 아이들로 제한적 의미로 받아들여져 실제 지능의 문제가 없는 오히려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지만 받아들이는 감각의 협응이 떨어지거나 뇌의 정보처리를 하는 신경 회로가 달라서 느린 학습을 하는 아이들이 배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학습클리닉 전문가로서 많은 학교에서 오랫동안 연구를 하였다. 그렇게 만난 많은 아이들 중엔 학습이 단순히 지능이 떨어져서 못하는 아이보다 다양한 원인들로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면 난독증을 가진 아이들은 일반적인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우수한 지능을 가지고 재능도 뛰어나지만 책을 읽고 문자를 받아들이는 기능이 떨어져 우리의 교육환경에서는 학습부진아, 나아가 낙오자로 전락하는 인생이 되기 쉬운 게 현실이다.
앞으로의 시대가 원하는 인재상은 창의적인 발상을 잘하는 사람이다. 알파고를 본 우리는 느꼈을 것이다. 단순히 암기하고 시험 문제를 잘 맞히는 것은 더 이상 우리가 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남과 다른 창의적 사고를 가진 사람만이 미래에 주목받게 되고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공부를 잘한다는 개념도 바뀌게 될 것이다. 제한적 시간 안에 문제를 빨리 푸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풀었던 방식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방법을 창의적으로 푸는 아이들이 앞으로 우리가 필요한 인재이다.
영화에서 자폐를 가진 아이들의 다른 놀라운 능력을 많이 봤겠지만 우리의 뇌는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를 뛰어넘어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누구든지 강점과 단점이 있다. 하지만 우리의 비교와 경쟁이라는 교육시스템은 그동안 느린 학습자를 이해하지 못했고 그들이 가진 다른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즉 그들이 가진 강점에 대해 연구하지 않고 단점만 보고 낙오시킨 것이다.
인구가 점점 고령화되고 줄어드는 현실에서 한 명, 한 명의 강점을 키우고 서로 상호작용하는 교육 시스템이 절실하다. 그것이 요즘 우리가 강조하는 소통이라는 화두를 해결하게 될 것이고 앞으로 우리 사회를 바꾸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앞으로 이 지면을 통해 뇌의 신경생리학적인 학습에 대해 이야기하고 부모가 그동안 몰랐던 자녀가 노력해도 늘지 않았던 학습의 문제점을 해결하여 느린 학습자가 단순히 공부 못하는 아이가 아니라 우리가 몰랐던 또 다른 뇌의 소유자임을 인지하여 그런 아이들이 그 다른 재능을 쓸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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