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모녀 변사사건 공개 수사
경찰이 50대 여인과 딸의 변사와 10대 아들 실종 사건(본지 23일 자 6면 보도)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아들 류정민(11) 군을 찾기 위해 대규모 인원을 동원해 수색에 나섰지만 뚜렷한 흔적을 찾지 못했고, 모녀의 시신을 부검했지만 사망 원인을 특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류 군이 죽음을 암시하는 메모를 남겼고, 어머니와 애착 관계가 유별났다는 정황을 근거로 사망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낙동강 달성보 인근 수색 난항
경찰과 대구시교육청, 소방본부 관계자 등 100여 명은 23일 어머니 조모(54) 씨가 숨진 채 발견된 고령군 낙동강 달성보 인근과 조 씨의 집 부근인 범물'지산동 일대 수색에 나섰다. 낙동강에 보트와 드론 등을 띄워 달성보 인근 상류에서 하류까지 수색했지만 실종된 류 군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류 군이 사망했다면 시신이 걸려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 강의 가장자리를 집중적으로 수색하는 과정에서 우거진 수풀로 인해 보트가 들어가지 못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수자원공사 직원들이 쓰레기와 수초 제거 작업을 병행하며 수색을 이어갔다.
수색이 길어지자 류 군의 사망과 시신의 유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시신이 낙동강 하류 쪽으로 떠내려갔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추석 연휴 막바지였던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낙동강을 중심으로 한 경북 일대에 시간당 30㎜ 이상의 집중호우가 내린 곳이 많았기 때문이다. 수자원공사 달성보사업소는 "당시 집중호우의 영향으로 17일 오전 10시부터 22일 오후 4시까지 최대 초당 4천t을 방류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강물에 빠진 시신은 보통 3일 뒤 떠오르기 마련인데 지금까지 흔적조차 없는 것을 보면 낙동강 하류 쪽으로 휩쓸려 갔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부검도 무용지물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조 씨와 큰딸 류모(26) 씨에 대해 부검을 했지만 뚜렷한 사망 원인을 밝히지 못했다.
경찰은 "국과수 부검 결과 조 씨는 장기 손상이나 골절이 없어 외부 충격으로 인한 사망은 아닌 것으로 보이나 부패 정도가 심해 익사 사망 여부를 추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백골상태로 발견된 큰딸 류 씨의 부검 결과와 관련 "시신이 이미 백골화가 진행돼 사망 원인과 시기를 추정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골절 등 외상은 없고 약'독물 검사를 했으나 최종 감정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일주일 정도 걸린다는 소견이 나왔다.
경찰 관계자는 "흉기를 사용한 흔적은 보이지 않고 있으나 이 내용만으로는 자살인지 타살인지 판단할 수 없다. 일주일 뒤 DNA와 독극물 검사결과가 나오면 더 정확한 상황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웃 주민들 "숨진 조 씨 누군지 몰라"
조 씨가 살던 아파트 주민들은 조 씨가 주변 사람들과 교류가 많지 않았다고 했다. 아파트 입구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조 씨는 이웃들과 교류가 전혀 없고 아들과 가끔 지나다니는 모습만 보였다. 딸과 있는 모습은 거의 보지 못했다. 이웃 주민들에게 전해 들은 바로는 아들과는 사이가 각별하지만 딸과는 그다지 밀접하지 못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숨진 큰딸이 뚜렷한 직업이 없고 정서적으로 불안해보였다고 했다. 한 아파트 주민은 "류 씨가 씻지 않은 모습으로 아파트 주변을 서성이는 모습을 가끔 봤다. 정서적으로 불안해 보여 말을 걸어도 대답하지 않고 그냥 지나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작년 겨울까지는 종종 보였는데 그때 이후로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조금 미심쩍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해당 아파트 관할 주민센터 직원은 지난 6일 오전 장기 미 출석 학생들을 대상으로 '주민등록사실조사'를 위해 조 씨 집을 방문해 현관 앞에서 류 군을 본 적이 있다고 했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이미 교육청 직원 등 관계기관 직원들이 여러 차례 방문한 탓에 방문 사실에 거부감을 느끼고 경계하는 것 같아 매우 조심스럽게 방문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조 씨 가족은 8년 전 이혼한 남편이 보내주는 생활비 약 50만원과 조 씨가 학습지 교사로 일하면서 번 돈으로 생활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이들이 2011년 이사 온 후 5년 동안 한 번도 관리비를 연체한 적 없어 생활환경은 그리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고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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