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이라고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이라고 함)'이 2016. 9. 28.부터 시행된다.
김영란법은 기본적으로 형법상 뇌물죄 및 배임수재죄의 특별법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 형법상의 범죄가 일반적으로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을 그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음에 반하여 김영란법은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을 불문하고 그 적용대상이 되는 공직자 등에 대한 부정청탁과 금품 등의 수수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 주요 내용으로는 우선 부정한 청탁의 금지가 있다. 김영란법은 같은 법 제5조에서 부정한 청탁의 유형을 규정하면서 그러한 부정청탁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다만 자신을 위해 청탁을 한 사람을 처벌하지는 않으나 제3자를 위한 청탁을 한 경우는 과태료의 부과대상이 되고, 공무원 등이 부정한 청탁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
그 다음이 금품 등의 수수금지이다. 김영란법은 공직자 등에 대하여 대가성과 무관하게 1회 100만원, 연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의 수수를 금지하고, 특히 직무관련성이 있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금품 등의 수수가 금지된다. 다만 법 제8조 제3항은 일정한 예외를 인정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그 유명한 식사비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의 시행령 규정이다. 좀 거친 결론을 내려 보자면 공직자 등에 대한 금품 수수등과 관련해서는 직무관련성이 있는 경우에는 식사비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이 그 한도이고, 직무관련성이 없는 경우에는 1회 100만원, 연 300만원을 초과하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김영란법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가 이미 합헌결정을 내려 그 논의의 실익이 많이 퇴색하였지만,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겠다는 그 입법취지에도 불구하고, 사립학교 교직원 및 언론인을 포함한 적용대상의 광범위성, 국가 공권력의 자의적 행사와 남용에 따른 언론자유의 위축 가능성, 이해충돌조항의 삭제로 인한 법안발의취지의 퇴색 등을 이유로 한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한 비판들 중에서도 법률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변호사의 입장에서는 금품 등 수수금지의 구성요건 및 처벌한계를 규정짓는 '직무관련성'의 개념과 이에 대한 일반의 인식가능성에 따른 법적용상의 혼란에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다.
김영란법은 직무관련성을 금품 등 수수의 범위를 결정하는 핵심적 개념요소로 설정하면서도 이에 대한 정의조항을 마련해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그 해석은 일반 형법상의 '직무관련성'의 개념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김영란법의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도 그러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에 따를 경우 직무란 공직자 등이 그 지위에 수반하여 취급하는 일체의 사무를 말하는데, 여기엔 법령상 관장하는 직무 외에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직무나 결정권자를 보좌하거나 영향을 줄 수 있는 직무 그리고 과거의 직무나 장래에 맡을 직무까지도 모두 포함된다.
그러나 위와 같은 직무관련성의 개념은 법률전문가가 다양한 법적용 사례와 판례를 통해 축적한 전문지식을 활용할 때에만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인 것이지, 법률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개개의 사안에 있어 자신과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공무원 등과의 직무관련성에 대한 판단기준으로 삼기에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은 직무관련성의 존부에 관한 판단이 어려운 일반인에게 금품 등의 수수와 관련하여 사실상 직무관련성이 있는 경우의 기준으로 행동하도록 강요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구체적인 사안에 있어 직무관련성의 존부를 둘러싼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다툼의 원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란법은 전통적으로 형법상 뇌물죄의 규율대상이 되지 않았던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을 그 적용대상으로 포함시키고, 공직자 등의 배우자에 대한 금품 등의 수수도 대가성과는 무관하게 처벌하는 등 형법상 뇌물죄나 배임수재죄에 비해 그 적용범위를 대폭 확대함으로써 일반국민이 일상 생활과정에서 형사처벌에 노출될 가능성을 크게 높여 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적 해석개념인 직무관련성이라는 개념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이에 대한 정의규정 또는 직무관련성을 판단할 수 있는 예시조항조차도 마련하지 않아 위에서 지적한 것과 같은 법적 불안을 노정한 것은 크게 아쉬움이 남는 점이 아닐 수 없다.
그나마 김영란법의 주무부서인 국민권익위원회는 '김영란법 매뉴얼'등 다양한 법 해석 및 해설자료를 내놓으면서 김영란법의 적용에 따른 법적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김영란법이 일반의 행동규범으로 정착되기까지는 상당한 판례의 축적과 일반의 인식변화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왕 법을 마련하여 시행하는 이상 관계기관의 지속적인 노력과 적극적인 대처로 공정한 직무수행 및 국민의 신뢰 확보라는 김영란법의 목적이 달성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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