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 메고 세계속으로] 일본 후쿠오카

입력 2016-09-22 04:55:02

제주보다 더 가까운 항로 거리…버스 손님 대부분이 한국인

명성황후를 시해한 칼을 보관한 장소인 구시다 신사.
명성황후를 시해한 칼을 보관한 장소인 구시다 신사.
후쿠오카의 랜드마크인 후쿠오카 타워.
후쿠오카의 랜드마크인 후쿠오카 타워.
하루 750엔으로 이용할 수 있는 그린버스.
하루 750엔으로 이용할 수 있는 그린버스.
1인당 2천500엔으로 대게와 돼지고기 샤부샤부를 무제한 먹을 수 있는 식당.
1인당 2천500엔으로 대게와 돼지고기 샤부샤부를 무제한 먹을 수 있는 식당.

후쿠오카는 일본서 세 번째로 큰 섬인 규슈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이다. 한국 관광객들이 일본 지역 중 가장 많이 가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한국 관광객들에 대한 편의가 잘 갖추어져 있다. 시내버스를 타도 한국말 안내가 나오며, 식당에도 대부분 한글판 메뉴를 따로 준비해 두고 있다. 요즘 엔화가 과거에 비해 많이 싸졌기 때문에 일본 여행하는 데 부담이 많이 적어졌다.

후쿠오카는 볼 것도 없고 즐길 거리도 없다는 사람들과, 의외로 볼 것과 즐길 거리가 많다는 사람들로 호볼호가 갈리는 곳이기도 하다. 필자도 여러 번 후쿠오카를 여행한 적이 있지만 계절별, 테마별로 잘 맞추어 가면 만족도가 높아진다.

예전엔 주로 부산서 선박을 이용했는데, 이제는 대구공항에서도 저비용항공사들이 앞다투어 노선을 개발 운영하는 추세이다. 대구~후쿠오카 노선은 9월 1일부터 티웨이항공에서 하루 두 차례, 에어부산에서 매일 한 차례씩 운항하고 있어 대구 시민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저비용항공사는 정기적으로 세일을 하므로 일정을 잘 조정하면 항공권을 싸게 구입할 수 있다. 시간은 1시간 거리로 항로 거리는 제주도보다 더 짧다.

필자도 9월 첫째 주 주말에 1박 2일 코스로 다녀왔는데 순수하게 항공료만 왕복 5만원에 구입했다. 국제선인데도 기내 서비스는 생수 한 잔이 끝이다. 스튜어디스가 바쁘게 생수 한 잔을 다 돌릴 때쯤 벌써 기수를 낮춘다. 내가 여행한 국제 노선 중 가장 짧다.

후쿠오카 시내는 나카스강을 중심으로 크게 두 지역으로 나뉘는데, 교통의 중심지인 하카다와 쇼핑의 중심인 텐진이다. 공항서 내리면 하카다역까지는 지하철로 두 정거장, 텐진까지는 다섯 정거장이다. 하카다역과 텐진과의 거리는 걸어서도 약 20여 분밖에 걸리지 않으므로 어디에 숙소를 잡든 양쪽 모두 관광하는 데 무리가 없다. 하루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그린패스 승차권은 750엔이며 이 버스는 녹색으로 후쿠오카 주요 관광지를 매 30분마다 운행한다. 후쿠오카 여행을 하다 보면 이국적인 느낌이 들지 않는 이유가 현지인과 같은 피부인 것도 있겠지만 이 버스의 손님 대부분이 한국 관광객들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후쿠오카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것이 후쿠오카 타워이다. 234m 높이의 전망대에서는 바다와 시내가 절반씩 보인다. 타워 아래 인공으로 건설한 모모치 해변은 바다 위에 지은 유럽풍의 결혼식장이 어우러져 관광객들에게 좋은 포토뷰를 제공한다. 그 우측으로 눈을 돌리면 후쿠오카 돔 야구장이 있다.

일본에는 도심 속에 신사가 많은데 시민들의 정신적 휴식처이면서, 결혼식 장소로도 많이 이용되고 있다. 이 중에 가장 큰 규모의 미야지다케 신사는 약 1천600년 전에 지어진 것이다. 일본서 세 가지의 가장 큰 것들 중 금줄과 종, 북이 이곳 미야지다케 신사에 있다. 후쿠오카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신사로 방문객이 끊이질 않는 곳이다.

구시다 신사도 도심 한가운데 있으며, 현대적 건물들로 둘러싸인 단아한 정원을 연상케 한다. 매년 7월에 장식 가마를 만들어 경주를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며, 불로장생과 상업 번성의 신을 모시고 있다. 이곳은 명성황후를 시해한 칼을 보관한 곳이기도 하다. 이 칼은 히젠도라고 하며 다시는 세상에 나와서는 안 된다는 참회의 뜻으로 보관한다고 한다. 마음을 비우고 둘러보긴 했지만 언짢은 역사를 담은 이곳에서는 왠지 가슴을 짓누르는 여운이 남는다.

허기가 느껴질 즈음 텐진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치카에 식당으로 향했다. 회 정식으로 유명한 식당인데 점심은 하루 500명만 받으며 예약은 안 되고 무조건 선착순이다. 주방과 수족관이 홀 한가운데 있으며 일본답게 각자 한 상씩 깔끔하게 차려져 나온다. 따로 주문한 사케 한 잔을 들이켜니 향이 부드럽게 혀에 휘감긴다. 식사가 끝날 때 즈음 빈 잔이 다섯 개로 늘어나 있었다.

해거름이 몰려올 때쯤 나카스 강변으로 갔다. 이곳은 밤이 되면 조그만 포장마차들이 강을 따라 쭉 들어서는데 후쿠오카의 대표적인 명물이다. 포장마차에 따라 각기 다른 음식들로 손님들을 유혹하지만 어디서나 그렇듯이 맛있는 곳에는 늘 길게 줄이 서 있다. 그리고 포장마차라고 해서 결코 싸지 않다. 적당히 주문하고 분위기만 느껴야 한다. 시내에 싸고 맛있는 곳들이 많이 있으니. 시내에 2시간 무제한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들이 종종 있는데, 의외로 맛집들도 많고 잘 선택하면 맛있는 음식을 싸게 먹을 수 있다. 주말에는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으므로 한국서 예약은 필수.

하카다역에서 열차로 두 정거장만 가면 아사히맥주 공장이 있다. 한국말이 가능한 가이드가 상주하고 있어 불편함 없이 맥주 만드는 과정 등 견학이 가능하고, 마지막 코스로 식당으로 가서 맥주를 무료로 3잔까지 마실 수 있다. 이번 후쿠오카 여행은 1박 2일 코스로 필자가 지금껏 해외여행을 다녀온 기간 중 가장 짧았다. 지인들이 "저녁 먹으러 갔었나"며 놀리기도 했지만 각자의 특별한 상황에 맞게 여행을 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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