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사진전 개최한 김광열·김은식·손양조·이종영·한홍섭
결실: 동호회서 10년 간 교류…취미가 예술이 된 순간
연륜: 렌즈 속 풍경'인물'새…인생의 느낌으로 담아
열정: 많이 걸어야 작품 건져…세계의 풍습 찍고 싶어
중국 당나라 시인 두보는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고 읊었다. 사람이 70세가 되도록 산다는 것은 예로부터 드문 일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요즘 일흔은 떠들썩하게 축하연을 열기에도 멋쩍은 나이다. 88세의 미수연(米壽宴), 99세의 백수연(白壽宴) 정도는 돼야 이야깃거리가 되는 세상이다.
그러나 '고희'라는 표현의 유래가 된 '곡강시'(曲江詩)의 마지막 구절은 100세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잠시나마 함께 즐기면서 서로 거스르지 말기를'(暫時相賞莫相違'잠시상상막상위). 흉허물 없이 취미생활을 함께하며 어울릴 친구가 있다면 청춘이 부럽지 않다.
이달 1일부터 6일까지 대구 중앙도서관에서 고희 사진전을 연 김광열·김은식·손양조·이종영·한홍섭 씨도 서로를 '평생 동반자'로 꼽는다. 모두 1947년생 돼지띠 동갑으로, 인터넷 사진동호회에서 만나 10년 넘게 교류해온 사이다. 자연스레 서로를 이름 대신 사이버공간에서 쓰는 닉네임으로 부르기도 한다.
지난해부터 준비한 사진전은 주위의 찬사 속에 성황리에 마쳤다. 일부 작품은 판매되기도 했다. 김은식 씨는 "'이렇게 멋진 사진은 어떻게 찍느냐'는 덕담을 많이 들었다"고 했고, 손 씨는 "'취미생활 하느라 돈 많이 썼겠다'는 농을 많이 받는다"며 웃었다. 이 씨는 "젊은 모델들이 '아빠'라고 인사하면서 포즈를 취해줄 때면 다른 작가들이 부러워한다"고 자랑했다.
사진 경력 20년이 넘는 '프로'인 이들은 수시로 만나 세상을 함께 렌즈에 담는다. 다만 각자 취향은 조금씩 다르다. 대기업 임원 출신인 김은식 씨와 해외 생활을 오래 한 손 씨는 풍경, 개인사업을 해온 한 씨와 이 씨는 새와 인물에 천착한다. 이번 전시회에도 '5인 5색'이란 부제가 붙었다.
사진 예찬론을 펼치는 목소리에도 저마다의 개성이 담겨 있었다. '작가의 마음을 피사체를 통해서 빛과 선으로 그려내는 작업'으로 사진을 정의하는 김은식 씨는 "좋은 사진은 연륜이 있어야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또 "'작품'을 건지려면 일단 많이 걸어야 해 건강에 아주 좋은 취미"라며 "일흔이 넘어 사진에 입문하는 분도 계시지만 조금이라도 일찍 시작하는 게 낫다"고 권했다.
새 전문가답게 '사진은 기다림의 미학'이라고 표현하는 한 씨는 "사진 동호회 활동을 하다 보면 사교 범위가 넓어지기 마련"이라며 "어느 정도 실력에 오르면 아르바이트도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고희의 나이에도 카메라만 잡으면 열혈청년으로 되돌아가는 이들 동호회원들도 사진에 대한 열정이 뜨겁기는 마찬가지다. 새를 찍으면서 사람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된다는 한 씨는 "말이 필요 없는, 감동을 주는 사진을 찍고 싶다"며 "그동안 갈고닦은 촬영'편집 기술로 노인복지관 등에서 어르신을 위한 사진 강의를 열 계획"이라고 했다. 또 김은식 씨는 "세계 86개국을 여행했는데 힘이 닿는 한 더 많은 나라를 가보고 싶다"며 "언젠가는 지구촌 곳곳의 특징을 소개하는 인문학 책을 쓸 생각"이라고 했다. 조만간 캐나다로 출사(出寫) 간다는 손 씨는 "아프리카 땅을 아직 밟아보지 못했는데 그곳의 생태와 풍습을 담아 개인전을 여는 게 다음 목표"라고 전했다. 이들의 다음 사진전이 벌써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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