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행복해지는 지방분권
지역주민과 지방분권, 지방자치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지방분권, 지방자치가 제대로 시행되면 주민들의 삶은 좀 더 나아질까. 실제 지방분권과 내 삶은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다. 지방분권이 뭔지 쉽게 와 닿지도 않고, 중앙집권이든, 지방분권이든 '내가 사는데 큰 지장이 없으면 뭐라도 상관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그런데 지방분권이 나와 직접 관련이 있다면 어떨까. 얘기가 달라진다. 그렇다면 지방분권, 제대로 된 지방자치가 시행되면 우리 삶에 어떤 변화를 생길까.
◆주민의 권한이 높아져요
대구시는 지난 2014년 혼자 거동할 수 없는 중증 장애인 지원서비스를 24시간까지 늘리는 사업을 시비로 추진하려다가 중앙부처의 반대로 무산됐다. 서비스 수급자와 비수급자 사이의 형평성이 이유였다. 권한이 주민이 아닌 중앙정부에 집중돼 있다 보니 지방정부는 주민과 밀접하게 연관된 사업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지방자치는 지방이 그 지역의 현안과 문제를 스스로 책임지고 해결하자는 제도다. 주민이 스스로 마련한 재원과 규칙으로 그 지역을 경영하는 것이다. 각각 그 지역에 맞는 독자적인 정책을 시행하고 그 결과를 책임지도록 하는 게 지방자치다.
우리나라도 지방자치를 시행한 지 25년이 됐다. 그런데 무늬만 지방자치일 뿐 여전히 지방의 일을 중앙정부와 국회에서 결정하고 있다. 갈수록 다양성과 창의성이 중요해지고 세계가 국가보다는 도시 중심으로 글로벌화되고 있다 보니 국가 주도의 중앙집권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현재 지방자치단체는 주로 집행적 역할만 하고 있다. 정책에 대한 권한은 적고 책임은 많기 때문에 지역 주민의 불편을 적극적으로 해소하기 힘들다. 이에 중앙정부에 집중된 권한을 아래로 끌어내려 원래 권력의 주인인 국민에게 권한을 돌려줘 행사하도록 하는 지방분권과 지방자치가 절실한 것이다.
◆지역을 효율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어요
지방분권이 되면 지역이 더 발전할 수 있는지도 관심사다. 중앙정부의 도움이 줄거나 사라지면 오히려 지역이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시민도 적잖다. 지방분권의 핵심은 '재정분권'으로 재정을 누가, 어떻게, 얼마나 가지고 활용할 수 있느냐다. 진정한 지방자치를 위해서는 중앙으로부터의 재정적 자율성을 갖는 재정분권이 아주 중요하다. 재정분권이 이뤄지면 오히려 더 지역 특색에 맞는 사업과 문제 해결을 위해 예산을 사용할 수 있어 보다 안정되고 발전할 수 있다는 게 분권 전문가들의 얘기다.
국가 주도의 행정하에서 지방정부는 지방에 필요한 사업보다 중앙정부가 정한 사업에 재원을 우선으로 투입할 수밖에 없다. 중앙정부 주도의 획일적 재정제도는 예산낭비가 악순환되는 구조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 전문가들이 재정분권을 통한 현재 재정제도의 근본적 구조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방정부와 주민들이 직접 재원을 사용할 곳을 결정하게 되면 더욱 알뜰하게 재정을 투입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효율적으로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다. 이에 '중앙정부는 국가적 사업에 필요한 재원 외에는 지방에 넘겨줘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방자치는 왜 제대로 안 될까
세계 각국의 지방자치 수준을 평가한 국내외 연구를 보면 우리나라의 자치 수준은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유럽, 북미, 아시아 지역에서 인구 규모가 1천만 명 이상인 국가 중 우리나라보다 지방자치 수준이 낮은 나라는 터키와 포르투갈 등 2개국뿐이다. 해외에는 주민 생활과 밀접한 교육과 자치경찰 등은 물론 외교까지 지방정부가 분담하는 경우도 있다.
지방자치가 출범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우리나라의 지방자치 수준이 높지 않은 이유는 크게 제도적 관점과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 우선 제도적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 헌법이 국가의 역할을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지방자치를 하는 데 한계가 크다.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역할을 헌법에서 구분하고 있는 것과 큰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가 강력한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것도 지방자치 발전을 어렵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사회'문화적 관점에서는 중앙정부 엘리트 중심의 압축 성장 과정 속에서 중앙정부에 대한 과신과 지방에 대한 불신이 깊어진 것을 주요 이유로 꼽는다.
이에 지방분권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지방자치 발전과 지방분권을 위해선 시민 역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내가 내는 세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주민들이 알아야 하고 사용처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꼭 필요한 곳에 우선으로 예산이 투입될 수 있고, 예산이 불합리하게 사용될 경우 지방정부에 시정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창용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대표는 "주민이 불합리하게 사용되고 있는 예산에 대해 지적했는데도 담당 공무원이 법률이 그렇게 돼 있어 어쩔 수 없다고 한다면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법을 바꾸라고 명령해야 한다"며 "주민이 공무원에게 명령하는 것은 세금을 내는 국민으로서 당연한 권리다.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우리 지역은 우리 힘으로 발전시킨다'는 주민 자치의식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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