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교육 미래, 교실수업 개선이 답이다] 정화여자고등학교

입력 2016-09-19 04:55:02

학생끼리 교과목끼리 '이음'… 토론·발표 수업 '손 번쩍'

정화여고 본관 현관
정화여고 본관 현관 '학교 속 미술관'에서 학생들이 '창업'을 주제로 실제 음식처럼 만든 지점토 작품을 둘러보고 있다. 정화여고 제공

대입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이 확대되면서 비교과 영역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각 학교에서는 암기, 기계식 수업 방식에서 벗어나 수업에 학생들의 활동과 참여를 높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평가에서도 학생 간 협업, 토론 등 과정을 우선으로 보고자 한다.

특히 정화여자고등학교는 올해부터 '이음을 통한 행복교육'을 목표로 다양한 학교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과목 간 융합 수업으로 학생들이 즐길 수 있는 활동을 늘렸고, 수행 평가를 확대했다. 교실 수업과 평가 방법 개선에 발 빠르게 움직이는 정화여고의 교실을 살펴봤다.

◆학생 간 '이음'으로 변화된 수업

12일 오전 대구정화여자고등학교 1학년 교실. 손 글씨 문구를 구상하는 학생들 사이로 교사 두 명이 오가며 학생들의 작품을 지도하고 있었다. 이날 수업에서는 논술, 미술 교과를 융합한 정화여고의 인성 프로그램 '정감(情感)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칭찬, 응원, 친구에게 하고 싶은 말 등 다양한 주제로 평소 표현하지 못했던 깊은 속마음을 한 자 한 자 써내려갔다.

일부 학생은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 친한 친구의 이름으로 삼행시를 지었다. '상처받은 꽃잎들이 가장 향기롭다' '지금 새우잠 자더라도 꿈은 고래처럼'과 같이 심사숙고한 흔적이 담긴 문구를 종이에 채워넣는 학생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논술 교사는 맞춤법, 표현법을 지도했고 미술 교사는 학생들이 그린 이모티콘, 배경 그림, 글씨체 등에 도움을 줬다.

하채운 학생은 "최근 친구가 나에게 청한 도움을 거절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후로 계속 미안했던 마음을 글로 녹여내고 있다"며 "부끄러워서 직접 말하지 못했는데 이렇게라도 표현하고 나니 속이 후련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같은 날 일본어 수업이 열린 2학년 교실에서는 가상 일본여행계획을 조별로 돌아가며 발표했다. 이는 정화여고가 올해부터 영어, 일본어 과목에 도입한 '외국어 학습을 통한 글로벌 마인드 함양 프로젝트'다. 학생들은 조별로 여행계획서를 만들어 2학기 기말고사 후 파워포인트 발표 및 콩트를 하게 된다.

한 조는 대구와 자매결연을 한 히로시마에 방문해 히로시마 평화 기념관, 히로시마 성 등 역사의 유서가 깊은 곳을 둘러본다는 콘셉트로 일정을 짰다. 또 다른 조는 나가사키에 들러 짬뽕, 카스텔라 등 맛있는 음식을 먹는 일정으로 구성했다. 특히 세계사 시간에 배운 인공섬 '데지마'에 방문한다는 계획을 세워 눈길을 끌었다. 교통 수단, 숙소, 1인당 예상 경비, 식사 메뉴 등 하나하나 계획을 세워 실제 여행 일정으로도 손색이 없었다.

조미숙 교무기획부장은 "학생들이 교과목에서 배운 내용을 각종 프로젝트에 적용하면서 책으로만 배운 내용을 더욱 생생히 학습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협력학습, 과정중심 평가로 자연스럽게 인성교육

정화여고는 올해부터 '이음을 통한 행복교육'을 목표로 수업과 평가 방법에 큰 변화를 줬다. 학생 간, 교과목 간 '이음'을 통해 수업을 재미있게 만들고, 이를 통해 학생들의 역량을 이끌어내겠다는 목표다.

먼저 수업 중 학생 참여를 대폭 늘렸고 수행평가를 대폭 확대했다. 공부, 과업 중심의 수업에서 벗어나 토론 및 발표 수업을 확대해 문제 해결력을 높이고자 한 것이다.

가장 먼저 변화를 준 교과목은 영어, 일본어 등 외국어 과목이다. 교사들은 문장 분석, 문법, 표현 위주의 기계적 수업에서 벗어나 외국어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는 데 초점을 뒀다.

영어 교과목의 경우 말하기, 대본 작성, 3분 스피치, 영어 원서 읽고 토론하기, 드라마 대본 쓰고 역할극 하기 등 기존 수업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활동으로 채웠다.

평가 방식도 다각도로 손질했다. 올해부터 전 교과 과목에서 문제 해결 과정을 서술하도록 한 수행평가 비율을 기존 30%에서 40%로 늘렸다. 예체능 과목인 음악, 미술, 체육은 과감하게 수행평가 비중을 100%까지 확대했다.

과목 간 협업해 진행하는 '주제 통합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수업에 임하는 태도, 교우 관계를 개선시켰다. 체육 시간에는 안무를 만들고 미술 시간에는 무용 공연 포스터를 만드는 '체육'미술 통합 프로그램', 음악 시간에 뮤지컬을 창작하고 미술 시간에 소품, 의상 등을 만드는 '정화 뮤지컬 페스티벌' 등 융합 프로그램을 체험하면서 학생들은 친구와 머리를 맞댔다. 이 과정에서 협업, 배려 등 인성 교육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친구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담은 캘리그래피, 진로 및 직업과 관련된 창작물을 본관 현관에 전시한 '학교 속 미술관' 역시 교내 분위기를 더욱 따뜻하게 만들었다. 이지은 미술과 교사는 "점심 시간만 되면 친구들이 서로에게 쓴 격려 글귀와 작품을 보느라 현관이 북적인다"며 "'학교 속 미술관' 한쪽에서는 단체로 뮤지컬 안무 연습을 하거나 무용 수행평가 준비를 해 학교생활이 지루할 틈이 없다"고 했다.

정화여고는 이 같은 프로그램들을 통해 학생부종합전형 대비에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학생들이 창의성 돋보이는 아이디어로 교과 간 융합 프로그램에 임하는 만큼 생활기록부를 더욱 내실있게 채울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인우 교장은 "친구와 협동해 만든 성과와 창의성이 담긴 결과물 등을 친구, 교사에게 평가받는 만큼 임하는 태도가 매우 열정적이다"며 "'이음' 교육이 과정'학생중심 수업의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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