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통째 흔들릴 때 드라마 방영?"

입력 2016-09-14 04:55:06

재난방송 제때 않아 시청자 분통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이 발생해 국민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서 방송사들이 재난보도를 제때 내보내지 않아 비난을 자초했다.

특히 재난방송 주관기관인 KBS는 규모 5.8의 큰 지진이 났음에도 정규 방송을 그대로 내보냈고, MBC와 SBS 등 지상파도 예정된 드라마와 예능을 방송했다.

12일 오후 7시 44분쯤 처음으로 규모 5.1의 지진이 감지됐지만 KBS1 TV는 3분 뒤인 오후 7시 47분쯤 자막으로 지진 소식을 전한 후 당시 방송하고 있던 시사프로그램 '우리말 겨루기'를 그대로 내보냈다. 뒤이어 8시 25분에는 일일연속극 '별난 가족'이 방송돼 불안한 마음으로 TV 앞에 선 시청자들을 분노케 만들었다. KBS는 오후 7시 59분과 8시 45분 두 차례에 걸쳐 4분간 뉴스특보를 진행했지만 부실한 내용으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

다른 지상파 방송사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MBC는 오후 9시쯤 일일드라마 '워킹맘육아대디'를 방송하다 9시 30분쯤 뉴스특보로 전환했고, SBS는 오후 9시부터 시사교양 프로그램인 '생활의 달인'을 방송했다. 그 외 뉴스 보도전문 채널을 제외하면 종합편성채널 등 전체 방송 중 지진 뉴스특보를 마련한 곳은 JTBC뿐이었다. JTBC는 준비했던 뉴스들을 미루고 오후 9시부터 지진 소식으로 뉴스특보를 전했다.

이에 대해 KBS는 13일 "정확한 정보 취재와 확인, 현장 취재를 통해 속보방송을 준비하고 속보 내용이 준비되는 대로 즉각 정규방송을 중단하며 재난방송을 지속적으로 실시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방송사들이 이번 강진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안일하게 대처했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KBS 시청자상담실 자유게시판에는 "공영방송 맞나" "재난주관방송이 중요할 때 드라마?"라는 비난글이 봇물을 이뤘다. 인터넷 포털 네이버의 누리꾼인 'kim6****'는 "지진 때문에 겁에 질려 TV를 켰더니 KBS는 여전히 드라마만 보내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다음 아이디 '안녕아프리카'는 "도대체 공중파 3사는 재난 상황에서 이래도 되는 거냐"며 "세월호 때도 그러더니"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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