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가계 대출의 종류와 금액, 금리, 상환 방법은 물론 대출자 연령과 소득, 용도 등 자세한 정보를 전수조사 중이라고 12일 밝혔다. 지금까지 정부와 금융당국은 부채 총량 등 포괄적인 통계를 기초로 가계 부채 종합대책을 수립해 왔다. 그러다 뒤늦게 금융당국이 정밀 통계 작성을 서두르는 것은 가계 부채를 둘러싼 위기감이 점차 고조되자 가계 부채 문제를 제대로 진단하고 유형별로 적절히 대응하고 관리하겠다는 의도다.
금융감독원은 먼저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모든 대출에 대해 세부 정보를 모으고 있다. 앞으로 지방은행과 제2금융권까지 확대한다. 별도의 전산 시스템도 구축해 내년 중 가계 부채 정밀 통계를 작성할 계획이다. 당국이 가계 부채와 관련해 세부 정보의 필요성을 인식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한 일이다. 그동안 이런 정보조차 없이 내놓은 종합 대책들이 그만큼 부실하고 주먹구구식이었다는 방증이다.
2014년 부동산 규제 완화 이후 가계 대출이 급증하자 정부는 거의 매년 대책을 발표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하락을 염려한 정부의 기조 탓에 대책마다 실효성 논란이 일면서 가계 부채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급증했다. 올해 6월 기준 가계 부채 총액은 1천250조원을 넘겨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급증 등 위험신호가 켜졌는데도 알맹이 없는 대책만 남발해 부실 논란을 불렀다.
정부의 가계 부채 대책이 그동안 신뢰나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은 정책 의지가 미적지근한 탓도 있지만 가계 부채에 대한 안이한 인식이 근본 원인이다.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다" "금융 건전성을 해칠 정도는 아니다" 등 발언을 되풀이하며 불안감 잠재우기에 급급한 나머지 제대로 된 준비도 하지 않았다. 관련 세부 통계도 없다는 사실은 결국 맨손이라는 점을 자인한 것이다.
연내로 미국의 금리 인상이 확실시되고 우리 기준금리도 오를 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들썩이는 등 대출이자 압박 등 가계에 큰 여파가 미치는 것은 시간문제다. 가계 부채가 우리 경제의 건전성을 뒤흔들거나 금융 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제대로 된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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