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3당 대표의 12일 청와대 회동은 북한 5차 핵실험을 규탄하고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안보 위기 극복 해법을 놓고는 견해차를 드러냈다. 박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두 야당 대표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DD) 배치 문제와 우병우 민정수석 거취 등 정치 현안에 대해서도 공통분모를 찾는 데 실패했다. 박 대통령과 여당이 이번 회동에서 '안보'에 초점을 맞췄다면 야당은 '민생'에 주안점을 둬 회담은 긴장감 속에 양측의 기 싸움이 팽팽하게 전개됐다.
◆북핵 위기엔 '공감', 해법에는 '이견'
박 대통령은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인해 긴장 상태가 높아지고, 또 안보나 경제에서도 여러 위험 요인들이 많이 있는데 이런 때일수록 정치권이 한마음으로 가는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며 북한 핵실험에 따른 안보 태세 강화를 위한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을 주문했다. 또한 러시아'중국'라오스 순방 기간 이뤄진 미국'중국'러시아'일본 등 한반도 주변 4개 나라 정상과의 연쇄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두 야당은 북핵 도발을 규탄하고 안보 문제에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도 북핵과 사드 배치 문제를 구분해야 한다며 사드 배치엔 시선을 다른 곳에 뒀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회동 후 "북한의 무모한 핵실험에 대해서 (참석자) 모두 함께 규탄했지만, 그 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국제사회의 제재를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더민주 추미애 대표와 박 위원장은 "(국제사회의) 제재와 대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또 추 대표가 박 대통령에게 대북특사를 제안했지만 박 대통령은 "북한이 시간 벌기로 특사를 이용한다"며 "북한은 심지어 우리와 대화하는 합의 기간 중에도 핵 고도화만 생각하고 있어 특사 파견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도 "현 시점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요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반대의 뜻을 전했다.
◆사드 배치 주장에 야당 민생 문제로 압박
사드 배치 문제도 박 대통령과 야당 대표 간 입장 차가 분명했다. 박 대통령은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며 야당의 협조를 당부했지만, 두 야당 대표는 "북핵과 사드는 별개"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 대표가 "북핵 문제나 사드 문제에 대해 좋은 결과를 내 추석 선물로 (국민께) 올려드리자"고 제안했지만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야당은 정부의 민생경제 정책 실패, 우 수석을 둘러싼 각종 의혹, 인사 실패 문제 등 정치 현안 전반을 언급하면서 박 대통령을 압박했다.
우 수석 거취를 놓고 추 대표와 박 위원장은 조속한 사퇴를 건의했지만, 박 대통령은 "특별수사팀 수사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 대통령은 야권의 한'일 위안부 재협상 요구와 소녀상 이전 논란에 대해서는 "그 부분에 대해서 일부 오해가 있다"며 "한'일 위안부 합의에는 소녀상과 관련된 부분이 없다"고 거듭 확인했다.
◆청와대'여야 소통엔 의미 부여
박 대통령은 법인세 인상에 대해 '현 수준 유지'를 고수했지만 1조원이 넘는 체불임금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 모두가 시급한 해결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동은 20대 국회 출범 후 첫 여야 협치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여야가 현안에 대해선 견해차를 보였지만 소통의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야당 대표는 회동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박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이던 지난 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비상 민생경제 영수회담'을 제의한 바 있는 추 대표는 "흔쾌히 회담 제의를 수용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의 의견을 직접 듣고 우리도 직접 견해를 말씀드렸기에 대단히 성과가 있었다. 이런 기회가 자주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