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현장 소통 시장실' 재개…팔거천서 북구 주민 200명과 소통
9일 오후 2시 30분 대구 북구 대동교 인근 팔거천 둔치에서 권영진 대구시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 앞에는 북구 주민 200여 명이 의자에 앉았고, 그 주변에는 미처 자리를 구하지 못한 주민들도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권 시장이 "시장이 된 후 업무를 해보니 시민과 시청 사이에 두꺼운 벽이 있는 게 느껴졌다"면서 "현장에서 주민이 바라는 크고 작은 문제를 직접 듣고, 해법을 찾기 위해 이렇게 나왔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에 주민 전모 씨는 "시장님이 처음부터 이렇게 현장에 나왔다면 지역이 벌써 발전했을 것이다"면서 "하나도 해주는 게 없으니 현안이 많다"고 돌직구를 날렸고, 장내에선 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지난해 5월 메르스 사태로 인해 잠정 중단됐던 '현장 소통 시장실'이 다시 문을 열었다. 이는 '오로지 시민 행복, 반드시 창조 대구'라는 시정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2014년 7월부터 민생 현안 해결이 시급한 지역을 찾아가 운영되고 있다.
대구시 시민소통과 관계자는 "현장에서 주민과 소통하며 주요 현안과 민원의 해법을 찾아보고, 당장 해결이 어렵거나 시간이 필요한 문제는 이해를 요청하고 설득도 한다"면서 "시장이 현장을 직접 방문, 시민의 생생한 의견을 듣는 것만으로도 그것이 해결되느냐, 아니냐를 떠나 갈등의 응어리를 해소하고 변화를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25차례 열린 현장 소통 시장실은 대구 각 구'군 민생현장 46개소, 특정 주제와 관련된 현장 16개소 등 총 62개소를 방문해 현안 263건을 다루었다. 하지만 2014년 7월 북구 칠성종합시장에서 처음 열린 이후 쉴 틈 없이 진행됐던 현장 소통 시장실은 지난해 5월 메르스라는 복병을 만나 그달 21일 대구 육아종합지원센터 방문을 끝으로 긴 휴식기에 들어갔다.
이날 16개월 만에 다시 기지개를 켠 현장 소통 시장실에서 권 시장은 직접 토론을 진행하며 주민과 대화를 이어갔다. 토론은 지역 주민이 먼저 민생 현안을 건의하면 해당 부처 담당자가 답변하고 권 시장이 대안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준비한 질문을 먼저 하려는 주민들의 열의가 강한 탓에 오후 2시 20분 시작한 토론은 쉬는 시간 한 차례도 없이 오후 5시까지 160분 동안 이어졌다.
질문자로 나선 지역 주민 20여 명은 불편한 점과 건의 사항을 권 시장에게 전달했다. 주요 건의 내용으로는 북구 금호지구 시내버스 노선을 증설하거나 배차 시간을 조정해달라는 것, 태전동 인근에 화물자동차 공영차고지를 조성해달라는 것, 도시철도 3호선 동호 차량기지 내에 역사를 신축해달라는 것 등 25가지였다.
이와 관련, 권 시장은 긍정적은 답변을 내놓으려고 애쓰면서도 해결이 어려운 문제에 대해서는 주민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특히 버스 노선 증설과 배차 시간 조정에 관해서는 주민들의 이해를 구했다. 읍내동에 사는 주민 김모 씨는 "읍내동 버스 노선이 도시철도 3호선 개통 후 수정되면서 주민들이 10분 넘게 걸어 철도역사에 가고 있다. 주민들은 물론 통학하는 학생들 불편이 크니 꼭 조정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권 시장은 "대구 시내버스는 2006년 준공영제 도입 후 한 해 1천억원 넘는 시민 세금이 투입되고 있다. 버스 회사가 적자가 나면 모두 세금을 주는 구조다"면서 "정말 꼭 필요한 곳이라면 버스를 추가 투입해서라도 주민에게 도움을 줘야 한다. 하지만 모든 주민 집 앞까지 버스 노선을 해줄 수는 없다. 주민들이 감내할만한 수준이라면 적응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 소통 시장실이 다시 문을 열었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예산이 부족하거나 해결에 긴 시간이 필요한 민원이 많고, 당장 해결이 가능한 사소한 민원을 시가 직접 해결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한 주민은 "다들 자기 답답한 부분만 얘기하다가 시간이 끝난 것 같다"면서 "칠곡 지역은 대규모 택지 개발 사업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어 주택 공급 과잉의 우려가 있고, 정주 요건이 열악해 베드타운 역할만 하는 상황이다. 지역에 있는 종합병원과 대학을 활용하는 등 장기적 비전에 관한 논의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구시 관계자는 현장 소통 시장실의 내실화를 꾀하고 있다. 이근수 시민소통과 시민협력팀장은 "앞으로는 시정 주요 정책 현안과 발전 방향을 찾기 위한 현장 소통 시장실도 열 계획이다"면서 "기존 건의 내용에 대한 추진 상황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물론 그 내용을 이해 관계자와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겠다"고 말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해 메르스 사태 이후 처음으로 개최된 현장 소통 시장실이다. '시민을 시장이 모시겠다'는 취임 당시의 다짐을 잊지 않겠다. 앞으로도 민생현장과 정책현장을 찾아 시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생활 속의 불편을 하나하나 개선해 시민이 행복한 대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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