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만에 농촌에 활기가 넘치는 추석 명절이다. 썰렁했던 집집이 아이들 웃음소리로 시끌벅적하고, 한적하던 시골 도로에 오가는 차량으로 북적대는 것도 이때다.
산과 들에는 맑은 가을 햇살에 고향의 맛도 한창 무르익어간다. 유난히 뜨겁고 길었던 올여름, 우리 농민들이 뙤약볕 아래 흘린 땀의 결정체다. 경북 농산물은 굳이 설명을 덧붙이지 않더라도 뛰어난 맛과 품질로 명성이 자자하다. 생산품목만 200여 종에 달하고 사과, 포도, 참외, 자두를 비롯한 14개 품목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생산된다. 농업소득도 경북이 가장 높고 귀농인구도 11년 연속 전국 1위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최근 들어 경북에는 새로운 소득 작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사과의 고장' 청송은 몇 년 전부터 파프리카가 명성을 얻고 있다. 대추가 유명한 경산에서는 제주도에서나 볼 수 있었던 한라봉이 나고 딸기의 대명사 고령에는 무화과가 난다.
2년 전에 칠곡의 백향과 작목반을 방문한 적이 있다. 남미가 원산지인데 그 오묘했던 맛과 향이 아직도 생생하다. 백향과는 전국 생산량의 60%가 경북에서 난다. 체리, 블루베리, 아로니아 같은 열대성 작물도 재배되고 있다.
기후변화와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에 맞서 우리 농민들이 끊임없이 연구하고 도전한 결과다. 아직은 시험재배 단계라 생산량이 많지 않고 이름조차 낯설지만 머잖아 경북농업을 대표하고 농촌의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는 후보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농촌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FTA로 수입농산물은 판을 치는데 올해는 특히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으로 피해를 본 농작물이 많다. 좋은 취지로 시행되는 부정청탁금지법이 농산물 판매를 위축시키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것도 고향의 현실이다.
행정의 본령은 주민의 볼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 주는 것이라 했다. 도지사가 모든 문제를 다 풀 수는 없지만 가늠할 수 없는 삶의 무게를 등에 지고 평생 농촌을 지켜 온 농업인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끊임없이 고민해 왔다. 농민사관학교를 만들어 인재를 육성하고 FTA대책 전담조직을 설치하고 기금을 조성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부족함을 느낄 따름이다.
가장 큰 문제는 판로다. 아무리 농업을 지속 가능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시키려 해도, 아무리 농사를 잘 지어도 팔지 못하면 답이 없다. 그러니 너나 할 것 없이 고향 농산물 팔아주기에 모두가 나서야 한다.
추석 명절은 마음만 먹으면 내 고향 농산물을 바로 살 수 있다. 이번 추석 연휴 기간에 경북을 찾아올 인구는 200여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도민의 80%에 가까운 엄청난 인파다. 내 고향의 쌀 한 포, 과일 한 상자씩만 사도 농민들의 시름은 한결 덜어지게 될 것이다.
연휴가 끝나고 생업의 현장으로 돌아가서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원산지 표시가 의무화되어 있으니 조금만 관심을 두어도 내 고향 농산물을 찾을 수 있다. 인터넷으로 주문해도 바로 안방까지 전달된다.
한바탕 전쟁과도 같은 귀향길을 마다치 않고 고향을 찾는 것은 고향에 오면 조상의 흔적이 있고 부모'형제를 만날 수 있고 친구를 볼 수 있기 때문일 테다. 농촌이 무너지면 그 정신적 뿌리를 잃어버리게 된다. 바라만 보지 말고 함께 나서 주시길 간곡히 당부드린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이번 추석에는 그리운 고향의 맛을 사자. 우리 농업인들이 처진 어깨에 보름달 같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자. 그래서 농촌과 도시가 차별이 없고,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함께 살아가는, 사람 중심의 세상을 만들자. 정겨운 고향 경북에서 온 가족과 함께 풍성하고 넉넉한 추석 명절 보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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