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반지 대신 금메달" 최광근, 눈물의 프러포즈

입력 2016-09-11 21:09:40

시각장애 유도 선수 최광근(29'수원시청)이 권혜진(37) 씨를 처음 본 건 2014년 런던 패럴림픽 때다.

국가대표 최광근은 대한장애인체육회 직원이자 통역을 하던 권 씨에게 반했다. 최광근은 인터뷰를 하면서 통역 직원 권 씨와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권혜진 씨는 "최광근은 예의가 바른 청년이었다"라고 회상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대회가 끝난 뒤에도 이어졌다. 권 씨는 "당시 이천훈련원에서 근무를 했는데, 합숙훈련을 하던 최광근과 자주 마주치면서 친해졌다"라며 "처음엔 어린 동생으로만 여겼다. 워낙 나이 차이가 크게 났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최광근은 권 씨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했다. 권 씨의 마음도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2013년 겨울, 본격적으로 연애를 시작했다. 사랑 앞에 나이와 장애는 아무런 문제가 안 됐다.

그러나 주변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권 씨는 서울대 대학원을 졸업한 재원이었지만, 최광근은 왼쪽 눈을 실명한 시각장애인 유도선수였다.

권 씨는 "주변에서 반대를 많이 했다"라며 "그렇지만 최광근은 최고의 남자였다. 예의가 바른 친구였고, 꿈이 있는 사람이었다"라고 말했다.

최광근에게 확신을 한 권혜진 씨는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서둘렀다. 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이 열린 2014년 곧바로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은 소박했다. 결혼반지를 맞추지 않았고, 신혼여행도 가지 않았다.

권 씨는 "당시에 너무 바빴다. 원하는 예물이 없어서 반지를 맞추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광근은 "결혼반지를 못 해줘 계속 마음에 걸렸다"라고 말했다.

최광근은 2016 리우 패럴림픽을 앞두고 아내에게 약속 한 가지를 했다. 대회에서 우승해 결혼반지 대신 금메달을 목에 걸어주겠다고 다짐했다.

두 사람은 런던 대회 때처럼 협회 직원과 국가대표 선수로 리우 패럴림픽에 참가했다.

최광근은 예선 라운드를 파죽지세로 넘었다. 그리고 11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카리오카 경기장 3에서 열린 시각장애 6급 남자 100㎏급 결승전에 진출했다.

상대는 브라질의 테노리오 안토니오였다. 최광근은 경기장을 가득 메운 브라질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 열기를 이겨내고 경기 시작 1분 21초 만에 발 뒤축 후리기로 한판승을 거두며 포효했다.

최광근은 가장 먼저 관중석으로 향했다. 아내를 끌어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최광근은 금메달을 꺼내 권 씨 목에 걸어준 뒤 "부족한 나와 결혼해줘서 고마워"라고 말했다. 최광근-권혜진 부부 사이엔 아들 수현(1) 군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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