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대기록 앞두고 관중은 '기대'·현장은 '차분'

입력 2016-09-11 15:38:09

외야석이 먼저 매진…'행운의 600호 잡아라' 경쟁 치열

이승엽(40·삼성 라이온즈)이 13년 전 아시아 홈런 신기록인 56호에 도전했을 때, 외야에는 수많은 잠자리채가 포진했다.

그가 한·일 통산 600홈런에 1개만을 남겨 둔 1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 외야석에는 잠자리채 대신 글러브가 자리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작년부터 펼치는 SAFE 캠페인으로 야구장에 1m가 넘는 잠자리채 반입이 금지됐고, 대신 야구팬들은 글러브를 하나씩 끼고 혹시라도 찾아올지 모를 행운을 받을 준비를 마쳤다.

삼성 구단은 이승엽의 한·일 통산 600호 홈런볼을 잡는 관객에게 갤럭시 노트 7, 2017시즌 VIP 블루패밀리(시즌권) 2매, 이승엽 친필 사인 배트, 600홈런 시상식 당일 시구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보통 야구장은 내야 좌석이 먼저 팔리지만, 이날 경기만큼은 외야가 먼저 매진됐다.

경기 시작을 2시간 앞둔 정오부터 관객은 하나둘 자리 잡기 시작했고, 이승엽의 홈런이 나올 가능성이 큰 오른쪽 펜스부터 자리가 찼다.

올해 이승엽의 홈런 24개 중 19개가 우중간 혹은 우측 담을 넘어갔다.

울산에서 아들과 함께 왔다는 장현기(47) 씨는 왼손에 글러브를 낀 채 "삼성 팬이고, 이승엽 선수 홈런공을 잡고 싶어서 왔다. 아들이 이승엽 선수 팬인데, 공을 잡는다면 사인 유니폼을 받고 싶다"며 웃었다.

전략적으로 왼쪽 외야석에 자리 잡은 팬도 있었다.

회사원 김현기(33) 씨는 "오늘 상대인 해커가 좋은 투수지만, 이승엽 선수가 오늘은 밀어서 홈런을 칠 것 같다. 만약 공을 받는다며, 구단에 기증하겠다"고 말했다.

이승엽 홈런을 놓고 구장을 찾은 팬들은 들뜬 마음을 감추지 않았지만, 현장은 차분하게 경기를 준비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이승엽의 기록을 놓고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고, 김경문 NC 감독은 "기록을 따로 의식하지 않는다. 예전처럼 기록 안 주려고 (투수가) 도망가고 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앞서 가진 인터뷰에서 "한·일 통산 600홈런은 한 리그에서 나온 게 아니라 큰 의미가 없다. KBO 리그 450홈런이 내게는 더 의미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가운데 삼성 구단은 전날 경기에서 이승엽의 한·일 통산 599호 홈런이 관중석을 맞고 그라운드로 들어오자 공을 잡은 NC 외야수 나성범에게 갤럭시 노트 7 휴대폰을 선물하기로 했다.

삼성은 이승엽의 기록 달성을 앞두고 통산 595호부터 598호까지 잡는 관객에게는 갤럭시 기어 2를, 599호와 600호를 잡는 관객은 갤럭시 노트 7을 증정하는 행사를 발표했다.

홈런볼이 관중석에 맞고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오는 일이 적지 않은데, 앞서 597호를 잡아서 삼성 더그아웃에 돌려준 케이티 위즈 외야수 이대형은 갤럭시 기어 2를 받았다.

10일 경기에서 우익수로 출전한 나성범은 스탠드에 맞고 그라운드로 돌아온 이승엽의 599호 홈런볼을 잡아 심판에게 전달했다.

삼성 구단 관계자는 "갤럭시 노트 7은 리콜 문제도 있어서 바로 증정하지 않고, 추후 나성범 선수에게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게 된 나성범은 "공이 (그라운드) 안으로 들어와서 돌려드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이승엽 선배의 599호 홈런을 축하하고, 계속 대기록을 이어가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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