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이렇게 망가진 사람도 내면의 아름다움과 영혼을 지니고 있지요.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염산 테러 피해자인 인도의 레시아 쿠레시(19)는 세계 4대 패션쇼로 꼽히는 뉴욕 패션위크 무대를 밟은 소감을 이같이 털어놓았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쿠레시는 8일(현지시간) 밤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인도 디자이너 아르체나 코차르 쇼의 모델로 나섰다.
아르체나 코차르는 인도 발리우드 스타인 암리타 라오나 비파샤 바수 등이 즐겨 입는 유명 브랜드다.
그는 패션쇼가 시작되자 누구보다도 먼저 런웨이를 자신 있게 걸어 내려갔다.
인디펜던트는 인도의 특색이 잘 드러난 하얀 드레스는 쿠레시에게 잘 어울렸고, 머리나 메이크업 모두 완벽했다고 전했다.
쿠레시는 런웨이에서 관중들에게 환한 미소를 지었고, 패션쇼장은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디자이너인 코차르도 쿠레시가 자신의 쇼 모델로 서서 너무 기쁘다며 "진정한 아름다움은 내면에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인도 뭄바이 출신인 쿠레시는 지난 2014년 5월 염산 공격을 받아 얼굴과 등, 양팔 등에 심한 화상을 입었고, 한쪽 눈도 잃었다.
그에게 끔찍한 상처를 남긴 이는 바로 언니의 남편인 형부와 그의 친구들이었다.
쿠레시는 인도 북부에 있는 우타르프라데시에 있는 알라하바드로 여행하던 언니를 때리던 형부를 말리다 형부로부터 염산 공격을 당했다.
그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기본적 처치만 받을 수 있었고, 결국 예전 얼굴을 되돌릴 수 없었다.
그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목숨을 끊으려는 생각을 수십 번 했다"며 "가족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쿠레시는 그로부터 1년 후 염산 테러 방지 운동을 벌이고 있는 비정부단체인 '상처 아닌 사랑을 만들자'(Make Love Not Scars)에서 활동하며 점차 용기를 얻었다.
주로 여성들을 겨냥해 매년 1천 건가량의 염산 공격이 벌어지는 인도에서 발족한 이 단체는 홈페이지에 염산 공격 생존자들의 사진을 올리며 피해자들에게 힘을 주고 있다.
쿠레시는 유튜브에 완벽한 빨간 입술을 그리는 법 등 메이크업 강좌 영상을 올리면서 명성을 얻었다.
그는 "인도에서는 립스틱보다 염산을 구하기가 더 쉽다"며 염산 공격에 대한 조치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뉴욕 패션위크의 주관업체인 FTL 모다는 '아름다움을 되돌리자'(Take Beauty Back) 캠페인의 일환으로 쿠레시를 올해 무대에 초청했다.
쿠레시는 이날 오전 백스테이지에서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쫓는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전혀 움츠러들지 않고 "패션쇼에 선다는 게 너무 신난다"고 했다.
패션쇼 무대까지 선 그의 다음 꿈은 학교를 마치고 대학에 가는 것이다.
쿠레시는 "사람들에게 염산 테러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우리도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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