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수해, LH가 더 키웠다

입력 2016-09-09 04:55:02

물 많은 곳에 아파트 건립, 폭우에 산사태 주택 덮쳐…주민들의 경고도 무시해

울릉도를 덮친 수해는 '인재(人災)'다. 부지 선정 당시부터 수해 우려가 끊이지 않았던 울릉읍 도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국민임대주택 건설현장(2만8천166㎡) 인근에서 산사태와 침수 피해가 잇달아 피해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도동 LH 국민임대주택 건설현장엔 폭우로 절토면 토사가 흘러내려 인근 주택 10채가 침수되거나 흙더미에 매몰되는 등 큰 피해를 냈다.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이곳엔 398㎜의 비가 내렸다. 쏟아진 토사에 건설업체 직원 1명이 크게 다쳐 육지로 이송됐고, 현장 바로 아래 주택에는 1m가 넘는 흙탕물과 함께 바위가 밀려들어 집에 있던 어린이들이 갇혔다가 구사일생으로 구출됐다. 100여m 이상 떨어진 울릉초등학교 운동장에까지 흙더미가 쌓일 정도였다. 비가 소강상태로 접어들던 4일 오후엔 경사면이 깎여 현장사무실로 쓰던 컨테이너 2동이 20도 정도 기울어지기도 했다.

앞서 37.8㎜의 비가 내린 7월 16일에도 이곳에선 경사면 토사가 유실되고 기초 부분 옹벽이 갈라지는 사고가 있었다. 당시 인근 주민들은 이용진 전 경북도의원을 위원장으로 '울릉 국민임대주택사업 도동지역 피해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꾸려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서를 보내고 울릉군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수차례 안전대책을 호소했다.

상당수 주민들은 이번 사고를 '예견된 인재'로 보고 있다.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공사현장 일대는 예전 미나리 밭이었고 '물골'로 불릴 정도로 물이 많은 곳이다. 이 때문에 이곳의 산을 절개하고 계곡을 매립해 아파트를 짓는 데 대해 주민들은 불안을 호소하며 의문을 제기해왔다. 정종태 전 울릉군수도 부지선정 이전 울릉군청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해당 부지는 골짜기에서 흘러나오는 물과 지하수가 모이는 곳"이라며 "건축물을 지을 경우 위험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대책위는 "산사태가 발생한 것은 애초 부지선정 당시부터 예견된 일이었다"며 적절한 피해 보상과 이주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울릉군의회는 4일 해당 사업을 꼼꼼히 살피지 못하고 승인한 데 대해 피해 주민들에게 사과했다. 이익수 LH 대구경북본부장도 5일 울릉도에 와 피해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군의원들을 만나 "50억~100억원 정도의 추가예산을 들여 안전하게 시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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