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 왜국의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우리나라 각지에 간자를 보내 국내 사정을 면밀히 정탐하였다. 그 결과 조선에는 군사가 없다. 조선인의 반은 노비이다. 지방관의 착취가 심해 민심의 이반이 심하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러나 그들이 간과한 것이 조선 백성들의 민족적 자긍심이었다. 실제 왜국이 쳐들어와 전 국토가 짓밟히자 곳곳에서 의병이 들불처럼 일어났다. 농부와 선비, 여인과 어린아이에 이르기까지 조선 백성 모두가 왜적과 싸웠다. 스님들은 목탁 대신 무기를 들었고, 무기가 없는 농부들에게는 들고 있던 낫, 쇠스랑 등 농기구가 무기였고, 여인들은 행주치마로 적에게 던질 돌을 날랐다. 이것이 오늘날로 보면 '내 마을 내 지역, 그리고 내 나라는 내가 지킨다'는 민방위 정신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수많은 외침을 받았지만 그때마다 이 민방위 정신이 국난을 극복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9월 22일은 1975년 민방위기본법이 제정되고 민방위대가 창설된 지 41년이 되는 날이다.
인구 812만 명 정도에 불과한 작은 나라 스위스는 영세 중립국이지만, 국민개병제를 유지하고, 민방위대를 편성'운영함은 물론 민방위세까지 징수하고 있다. 스위스는 주변국들의 침략은 물론이고 핵전쟁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철저히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손자병법이 전쟁과 그 본질에 대한 동양의 고전이라면 이에 대적할 만한 서양의 고전으로는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이 꼽힌다. 클라우제비츠는 이 책을 통해 근대전의 성격이 상비군끼리 하는 전쟁에서 전 국민 간의 전면전쟁으로 바뀌었다며 국민의 신념이 국력과 전쟁 능력 그리고 전투력을 좌우하는 데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국가 안보는 강건한 정규군과 함께 민방위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이루어 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8월 우리는 북한의 연천 포격 도발로 인한 남북한의 대치 상황을 겪으면서 자칫 어긋나면 전쟁이 발발할 수 있는 '휴전 국가'에 살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최근 북한의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인해 한반도 안보 환경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에 대비하여 민방공 경보 체계를 공고히 구축하고, 주기적인 민방위 훈련을 통해 국민 안전의식을 높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20~40세 남자 367만 명을 민방위대로 편성하고 평시 교육훈련과 함께 유사시 긴급 동원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민방위대는 전쟁, 대규모 재난과 같은 국가 위기사태 시 주민통제, 소화활동, 인명구조, 응급복구, 군사작전 지원 임무를 수행한다.
민방위 대원은 대부분 군 복무와 예비군을 마쳤으며 92%가 31~40세로 활동성 있는 잠재력이 풍부한 자원이다. 민방위는 법률적으로 규정된 주민 의무 동원 제도로서 국가 위기사태 시 주민 참여의 선도적 역할을 통해 정부와 민간 부문의 역량을 결집시킬 핵심적인 조직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장수한 국가인 동시에 최고의 번영을 구가한 로마제국도 결국 로마의 강인한 군인 정신과 덕성을 지닌 시민 정신이 쇠락하면서 멸망하였다. 로마는 시민이 지키던 국경을 용병에게 돈을 주어 지키게 하고 안락을 추구하다가 결국 자멸하였다.
오랜 평화와 번영을 구가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이제 국민 모두 투철한 민방위 주인 의식을 다시 한 번 점검해 봐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국민안전처는 창설 41년을 맞는 민방위대가 국민의 사랑 속에서 국민과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적극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 우리 민방위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국가가 하나 되는 데 앞으로도 큰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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