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교섭단체 대표 연설
'국회 개혁과 야당의 협치.'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5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강조한 두 가지다.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과 면책 특권을 '황제 특권'이라고 비판한 데 이어 인터넷 댓글을 인용해 국회의원을 나라를 해롭게 하는 '국해(國害)의원'이라고 비판했다. 또 20대 국회에서 힘이 세진 야당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탄핵했던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의 과거 행동에 대해 사과하며 국정 협조를 부탁했다.
이 대표는 국회의원의 특권을 언급하며 연설을 시작했다. "민주화된 사회에서 의원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은 황제 특권"이라며 "이제 지체없이 내려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터넷 댓글 민심에 드러난 국민 목소리라는 것이다. 공무원을 하대하는 행위, 피감기관에 트럭 한 대 분량의 자료 요청하기, 국정감사 때 과도한 증인 출석 등을 의원 갑질의 예로 들었다. 이를 지적할 때 "저 역시 그랬지만" "저도 그랬지만"이라는 말을 먼저 붙이며 자기반성을 했다.
국회 개혁 카드로 '헌정 70년 총정리 국민위원회' 설치를 주장했다.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외부 인사들로 위원회를 구성해 1년간 외부 시각으로 국회를 개혁하자는 것이 골자다. 그는 "당장 9월 중으로 국회 70년 총정리 국민위원회 구성과 활동을 위한 TF팀을 구성하자"고 국회의장과 야당에 제안했다.
이 대표는 연설의 상당 부분을 야당과의 협치에 할애했고, 그때마다 야당 의석을 바라봤다.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야당의 협조 없이 박근혜정부의 국정 과제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 탓이다. 지난 2일 정기국회 첫 본회의에서 여당이 지명한 원자력안전위원회 김용균 위원 후보자 추천안이 야당의 반대로 부결되는 일이 생길 만큼 힘의 균형은 야당에 쏠려 있다. 야당에 "사드 배치와 사이버 테러를 포함한 안보 현안에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전통을 만들자"고 제안하자 더불어민주당 쪽에서 "안보를 위해 그러면 안 돼요!"라는 야유가 나오기도 했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야당이었을 때 한 행동에 대한 사과도 나왔다. 이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 집권 시절 국정에 더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 국민이 뽑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탄핵했던 것 역시 사과드린다"며 두 번 사과했다. 연설 뒤 추미애 더민주 대표, 우상호 원내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달려가 악수한 것도 야당을 의식한 움직임이었다.
이와 함께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호남에도 사과했다. 그는 "새누리당 정부와 이전의 보수 정부가 본의든 본의가 아니든 호남을 차별하고 호남인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참회하고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보수 정당의 당 대표가 호남 지역에 직접 사과를 한 데는 내년 대선에서 호남을 버리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 "호남과 새누리당이 연대정치, 연합정치를 펼칠 수 있다"며 한 발 더 나아갔다.
한편 이 대표 연설 내내 새누리당과 야당은 환호와 야유로 기 싸움을 하면서 국회가 반으로 쪼개졌다. 이 대표의 국회 개혁 발언에 "청와대 개혁부터 하세요!"라고 야당의 한 의원이 맞받았고, 이 대표가 박원순 서울시장의 '청년수당' 정책을 비판할 땐 더민주 의석이 술렁거려 여당 의원들이 "조용히 하세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설이 끝난 뒤 박수 소리도 새누리당 의석에서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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