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긴 연도 7, 8월 물가 평균 2.1%P 높아
국내 경제가 저성장 장기화로 소비자 물가 정체 상태에다 기록적인 폭염 현상으로 인해 더욱 불안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폭염이 각종 산업과 소비 패턴에 큰 변화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온도가 물가를 높인다
현대경제연구원이 1990년 이후 폭염 발생 상위 5개 연도인 '폭염장기화 연도'와 이외 연도 간의 7, 8월 물가 수준을 비교해 본 결과, 폭염장기화 연도의 7, 8월 여름철 평균 물가상승률은 5.6%로 이외 연도의 평균인 3.5%보다 절대적으로 높은 수준이었다. 폭염장기화 연도의 7, 8월 여름철 물가상승률은 연평균 물가상승률보다 약 0.6%포인트(p) 높았다.
물가상승률 추이를 살펴보면 1970년대 평균 15.2%, 1980년대 8.4%, 1990년대 5.7%, 2000년대 3.1%, 2010년대 1.9%로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보고서는 "폭염장기화 연도(1990, 1994, 1996, 2004, 2013년)를 보면 고물가 시기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각 연도별 7, 8월 평균 물가상승률과 해당 연도 연평균 물가상승률을 동시에 고려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 연도의 7, 8월 평균 물가상승률은 연평균 물가상승률보다 약 -0.2%p 낮았으나, 폭염장기화 연도에는 오히려 0.6%p 높았다.
폭염장기화 연도의 7, 8월 물가가 크게 상승하는 항목은 식료품, 교통, 숙박 부문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물가 세부 항목별 7, 8월 평균 물가상승률과 항목별 연평균 물가상승률의 격차를 통해 상대적인 물가상승률을 추정해봤을 때 식료품'비주류음료는 폭염장기화 연도에 연평균 물가상승률보다 약 2.6%p 높은 여름철 물가를 기록했다.
교통 및 숙박 부문도 폭염장기화 연도에 연평균 물가상승률보다 각각 약 0.9%p, 0.5%p 높은 여름철 물가를 기록했다.
식료품'비주류음료 항목은 폭염장기화 연도에는 평균 9.0%, 이외 연도에는 평균 4.0%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하며 절대적으로나 상대적으로 가장 높은 물가상승률을 보였다.
의류 및 신발은 폭염장기화 연도에는 평균 2.7%, 이외 연도에는 평균 3.2%의 물가상승률을 나타냈다. 의류 및 신발 물가는 폭염장기화 연도에 연평균 물가상승률과 비교해 봤을 때도 약 -0.7%p 낮았다.
◆생산·소비 변화
기록적인 폭염은 우리 경제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무엇보다 냉방 수요가 늘고, 그에 따라 전력 수요도 대폭 증가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국내 최대 전력 수요는 8천518만3천㎾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날(7천691만6천㎾)에 비해 10.7% 증가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여름철 폭염이 심할 때를 기준으로 기온이 1℃ 상승할 때 국내 전력 소비는 100만㎾ 늘어난다. 폭염으로 인해 기온이 예년보다 2도 이상 상승한 날이 20일이고, 24시간 내내 전력 소비가 그만큼 늘어난다고 가정하면 전국적으로 9억6천만㎾h의 전력 소비가 새로 늘어나게 된다. 여기에 ㎾h당 130원의 평균 전기요금을 곱하면 1천250억원어치의 전력을 추가로 소비하게 되는 셈이다.
최근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데, 이렇게 늘어난 전력 소비 중 10%에 대해 누진제 6단계 요금(㎾h당 709.5원)을 적용하면 555억원의 요금이 더 붙게 된다.
폭염이 계속되면 전력뿐만 아니라 수돗물 사용량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더위 탓에 시민들이 그만큼 자주 세수하고 샤워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자료에 따르면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되기 전인 7월 1~18일 하루 수돗물 생산량은 평균 332만1천253㎥였으나 7월 19일부터 8월 9일 사이에는 평균 339만1천500㎥로 하루 7만㎥(2.1%) 증가했다. 서울의 수돗물 생산량이 전국의 18.6%인 점과 수돗물 평균 생산단가인 ㎥당 876.5원을 감안하면 전국적으로 20일의 폭염 기간에만 66억원어치의 수돗물을 추가로 생산해야 하는 셈이다.
폭염의 영향과 피해는 산업현장에서도 나타난다. 건설업과 조선업처럼 야외 작업이 많은 분야는 물론 철강업처럼 고온 환경에서 작업해야 하는 경우 작업 능률이 크게 저하될 수밖에 없다.
한국산업안전공단의 '고열 작업환경 관리지침'에 따르면 작업 강도가 높은 근로자들의 경우 열사병예방지수(WBGT)가 30을 넘으면 15분 작업 후 45분 휴식을, 27.9 이상이면 30분 일하고 30분 쉬도록 권하고 있다. WBGT는 체감온도지수라고도 하며 온도와 습도 등으로 산출한다. 실제로 기상정보회사인 케이웨더는 서울에서도 최근 한낮에는 WBGT 수치가 30~34에 이르고 있다고 발표했다. 또 대구의 경우 8월 12일 오후 3시에 이 수치가 37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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