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그건 숫자일 뿐 태극권도 하고 붓도 잡죠, 몸을 젊게 만드세요
식상하긴 해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광고 카피만큼 변정환(84) 대구한의대 명예총장에게 어울리는 표현도 없는 듯하다. 여든을 훨씬 넘겼지만 여전히 진료를 하고, 강연을 다니고, 글을 쓴다. 심지어 10대 학생처럼 두어 달에 한 번은 밤샘 공부를 한다는 얘기를 들으니 그의 일상이 비현실적이란 생각마저 든다.
"보통 밤 10시쯤 잠자리에 들어 새벽 3시에 일어납니다. 아침 식사는 단전호흡과 산책, 독서를 하고 나서 과일 등으로 간단히 합니다. 그러고 나서 오전 9시에 출근해서 하루 종일 환자를 봅니다. 물론 매일 나가지는 않고 매주 월'화'목요일만 일합니다. 그런데 저보다 연세 높으신 어르신은 잘 안 오시더군요. 허허."
1959년 개원한 제한한의원(대구 중구 봉산동) 업무를 보지 않는 날에는 취미 활동을 즐긴다. 그런데 죄다 최근 몇 년 새 재미 붙인 것들이란 귀띔에 다시 한 번 말문이 막힌다. 각종 대회에서 수상할 정도의 실력인 태극권, 서예와 전통문화인 영제시조(嶺制時調'경상도에서 부르는 시조창) 등이다. '인생의 황금기는 80대'란 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나이가 들어서 운동하면 젊을 때보다 효과가 훨씬 큽니다. 적어도 하루 1시간 이상은 투자해야 합니다. 저는 3년 전부터 태극권을 수련하고 있는데 체력 유지에 큰 도움이 되고 있지요. 매주 금요일은 서예에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어려서부터 조금씩 써왔지만 본격적으로 붓을 잡은 건 2년 정도 됐고요. 내년 5월쯤 첫 개인전을 열 계획이라 부지런히 써야 합니다."
서울대에서 보건학 박사, 경희대에서 한의학 박사를 받은 그는 외국어 공부도 평생 게을리하지 않았다. 한의학의 세계화를 위해 동분서주해온 덕분이다. 영어'중국어'일본어'독일어'프랑스어'인도네시아어'포르투갈어 등 7개 국어를 읽고 말할 수 있다고 한다.
"요즘은 매주 화요일 아침에 대덕노인종합복지관에서 중국어를 배웁니다. '젊은' 동료 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외국어란 것이 쓰지 않으면 잊어 먹게 돼 있어 가끔은 독일어나 프랑스어 책을 일부러 읽습니다. 종종 답답한 도심을 벗어나 고속도로를 시원스레 달려줘야 자동차 성능이 유지돼듯 사람 머리도 계속 자극을 줘야 제 기능을 합니다. 제가 일부러 밤을 새워가며 책을 읽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그의 건강관리 비결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소식(小食)이다. 20년 넘게 하루 한 번, 점심에만 밥을 먹는다. 특히 저녁에는 물 이외의 음식은 일절 섭취하지 않는다. 건강에 이로운 데다 식사 시간'비용까지 아끼고 음식물 쓰레기를 만들지 않아서 좋다는 게 그의 '하루 한 끼 식사론'이다.
"영양 공급은 나이에 따라 횟수가 바뀌어야 합니다. 성장기에는 하루 세 끼를 먹어야 하지만 한참 활동할 나이에도 두 끼면 충분합니다. 늦어도 일흔 이후부터는 하루 한 끼가 적당하고요. 밥을 많이 먹으면 '곤할 곤'(困)이란 글자 그대로 나른해지기 마련입니다. 배부른 사자는 잠만 자지 않습니까? 도전하는 용기는 배고픈 사자에게만 있습니다. 절대 식탐을 부리지 마세요."
건강검진에서 혈관 노화 상태가 40대 초반 수준으로 나왔다고 자랑하는 그의 건강에 대한 관심은 지난해 12월 문을 연 제과점 '행복빵'으로 이어졌다. 어느새인가 쌀 대신 우리 식탁을 점령한 수입 밀가루빵을 대체할 음식이 필요하다는 고민의 산물이었다. 제한한의원 건물 한쪽에 자리 잡은 이곳에서는 밀가루'우유'계란'흰설탕'방부제는 뺀 채 쌀로 만든 빵 40여 종을 판매한다. 계란과 우유는 가축 사료에 든 항생제 우려 때문에 쓰지 않는다.
"5년 전부터 대구한의대 관련 학과 교수들의 도움을 받아 연구했습니다. 아무리 몸에 이로운 약을 먹어도 음식을 잘못 먹으면 아무 효과가 없거든요. 저희 빵은 맥문동'향부자'치자 같은 한약재를 넣어 당뇨'고지혈증'고혈압 같은 성인병 환자나 다이어트 하는 여성에게 특히 인기가 좋아요. 물론 음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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