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릉도에는 지난달 28일부터 무려 571.4㎜의 기록적인 물 폭탄이 내렸다. 81가구 126명의 주민이 대피했으며 16가구 27명만 겨우 귀가했을 뿐 나머지는 아직도 임시숙소를 옮겨다니고 있다. 잠정 재산 피해 32억원, 복구 예상액도 100억원을 넘는 등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복구에 주민과 공무원, 심지어 해군과 해병대 장병까지 나섰다. 이런 비상 상황 속에 군수는 섬 밖 출장으로 자리를 비웠고 경북도의원은 호화 행사를 벌였다. 주민 비난이 들끓을 만하다.
제10호 태풍 '라이언록'의 북상 소식은 이미 예상됐다. 그러나 최수일 울릉군수는 지난달 24일부터 4박 5일 출장길에 나섰다. 태풍으로 지난달 26일부터 뱃길이 끊겼고 28일 울릉 귀환은 불가능했다. 미리 정해진 다른 기관과 지자체와의 행정협의 목적이었다지만 막대한 태풍 피해에 어떤 할 말도 없게 됐다. 게다가 을지연습 훈련 기간 중에 섬 밖으로 나갔다. 더욱 변명의 여지가 없다. 뒤늦은 4일 복귀했지만 1년 강수량의 절반이 내린 폭우 피해에 울릉의 최고 행정 지도자로서의 무책임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번 태풍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 선출직 지도자는 또 있다. 경북도의원들이다. 이들은 태풍 피해 속에 복구를 위해 민관군이 구슬땀을 흘릴 때, 1일 구미의 한 호텔에서 수천만원을 들인 의원 연찬회 행사를 가졌다. 외로운 섬 울릉의 태풍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고 유명인 강의와 가수 등을 초청한 흥겨운 한마당을 벌였다. 60여 명 도의원 행사를 축하하려 경북도지사와 경북도청의 실국장, 직원 등 150여 명도 동원돼 박수를 치는 어이없는 광경도 연출됐다.
이번 일은 자연재해 속에 경북을 대표하는 지자체, 의회 선출직 지도자들이 지역민에게 들킨 한심한 작태다. 경북도와 울릉군 책임자 및 도의회 지도자들의 무감각과 주민들 아픔에 대한 무신경을 생생히 보여준 민낯과도 같다. 선거 때 내보인 언행이 속마음이 아님을 증명한 꼴이다. 경북 선출직 지도자의 낮은 의식 수준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과연 도민 누가 이들을 대표라고 여길지 의문스러울 뿐이다. 늦었지만 경북 선출직 지도자의 뼈아픈 각성과 피해 울릉 주민을 위한 작은 행동이라도 보일 때다.
댓글 많은 뉴스
구미 '탄반 집회' 뜨거운 열기…전한길 "민주당, 삼족 멸할 범죄 저질러"
尹 대통령 탄핵재판 핵심축 무너져…탄핵 각하 주장 설득력 얻어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
尹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임박…여의도 가득 메운 '탄핵 반대' 목소리
이낙연 "'줄탄핵·줄기각' 이재명 책임…민주당 사과없이 뭉개는 것 문화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