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없는 염색, 섬유산업 미래죠"
섬유산업에서 원단 염색가공은 필수 공정이다. 하지만 염색산업은 대량의 물과 화학염료를 쓰고, 폐수를 발생시키는 공해산업으로 지목돼왔다. 급기야 선진국의 환경규제가 갈수록 강화하면서 한국의 염색산업은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이런 가운데 대구시의 '물 없는 컬러(염색)산업 육성사업'(2017~21년, 550억원 투자)이 지난달 30일 정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최종 통과해 섬유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무엇보다 글로벌 의류기업들이 유해화학물질의 단계적 퇴출을 공표하고 있습니다. 나이키, 아디다스, H&M, 버버리 등 40여개사가 속한 'ZDHC'(Zero Discharge of Hazardous Chemicals)협회가 대표적입니다. 기존 방식으로 염색한 원단은 이들 회사에 납품할 수 없을 때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다이텍연구원 윤석한 연구개발본부장은 "선진국들은 섬유산업을 첨단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우리도 하루빨리 염색공정을 친환경화해 섬유산업을 고부가가치화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 돌파구는 바로 물 없는 염색이다. 물 없는 컬러산업 육성사업은 크게 '디지털 날염'(DTP) 기술 개발과 '초임계 유체 염색' 기술 개발이 주 내용이다. 디지털 날염은 소재 디자인부터 인쇄까지 전 공정을 디지털화한 친환경 섬유소재 프린팅 기술이다. 복잡한 염색 공정이 단축되고 고해상도·고속도를 자랑한다. 윤 본부장은 "현재 DTP기술은 분당 원단 70m를 프린팅해 뽑아낼 수 있다. DTP수요가 연간 20%가량씩 성장하는 만큼,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DTP설비를 국산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DTP에 비하면 초임계 유체 염색은 '별천지' 같은 기술이다. 우선 기체(CO2)에 고온고압을 가해 액체에 가까운 상태(초임계 유체)로 만든다. 그리고 이 초임계 유체를 염료에 분사해 녹인 상태로 원단에 색을 입힌다. 윤 본부장은 "초임계 유체 방식은 높은 분산성과 낮은 점성을 갖고 있어 염료의 확산이 빨라 염색 속도가 빠르다. 남은 염료나 기체는 깨끗이 회수해 재활용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다"고 소개했다.
현재까지 초임계 유체 염색은 전 세계에서 네덜란드의 '다이쿠'(DyeCoo)사(社)가 유일하게 기술·설비를 개발해 나이키 납품사에 소량을 공급하고 있다. 윤 본부장은 "나이키사는 초임계 유체 염색으로 개발한 제품을 다른 제품보다 더 비싼 값에 전량 구매한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여러 장점에도 경쟁 개발사가 없다 보니 초임계 유체 염색은 염료가 비싸고, 설비도 한 세트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고가이다. 또 아직은 폴리에스터 같은 합성섬유에만 적용되는 등 한계가 있다.
윤 본부장은 "DTP기술은 일본·유럽이 선두이지만 우리가 기술을 충분히 따라잡을 만하고, 초임계 유체 염색은 우리가 기계·화학·전자·섬유 등 연관산업이 강한 만큼 기술을 발전시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구염색공단은 126개 중소중견염색 업체들이 탄탄히 자리 잡고 있어 차세대 염색기술 개발의 테스트베드로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