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깃줄로 칭칭" 경주엑스포 조경수 흉물 전락

입력 2016-08-30 04:55:05

300여 그루에 LED 조명 설치…낮에는 전깃줄·변압기 다 보여 "나무 성장 악영향"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공원 나무에 설치한 장식용 LED 조명이 나무의 생육은 물론, 공원을 찾는 관람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경주엑스포는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열린 '실크로드 경주 2015'를 위해 엑스포 공원 정문에서 경주타워로 이어지는 주작대로 주변 왕경숲에 경관 조명인 일루미네이션을 설치했다. 느티나무 300여 그루에 12~24V의 전압이 흐르는 LED 조명시설을 설치한 것. 야간에 엑스포 공원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엑스포 측은 밝혔다.

조명은 지난해 8월부터 1년 동안 매일 일몰 후부터 오후 10시까지 3~4시간씩 밝히고 있다.

하지만 낮시간대에는 전선에 칭칭 동여매인 나무의 흉한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LED 전구 장식물의 전깃줄과 이를 고정하기 위한 묶음 줄이 나무에 달렸고, 나무 밑둥치에는 변압기가 설치됐다.

대구에서 온 한 관광객은 "엑스포 공원의 나무그늘이 좋아서 왔는데, 아름드리나무들이 마치 전깃줄에 묶인 쓰레기더미 같다"며 "끔찍하고 흉물스럽다"고 말했다.

LED 전구에서 나오는 열과 빛도 나무 생장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조경전문가들은 "야간조명은 나무들의 휴면기간인 12월부터 2월 사이에 설치하고, 그 외에는 설치하지 않는 것이 좋다"며 "밤낮없이 환한 빛이 있으면 나무도 스트레스를 받아 면역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말라 죽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관계자는 "전압과 전류가 낮기 때문에 나무 생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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