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기보다 어려운 '쓰는 돈' 관리 요령
"열심히 돈을 버는데 왜 안 모이는 걸까?"
프리랜서로 일하는 강모(45) 씨는 요즘 이 같은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집 근처 국민연금공단에서 재무상담을 받고서야 지출 관리에 문제가 있음을 알아차렸다. 실제 그는 평소 자신의 수입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출에 대해선 전혀 관심을 가지지 못했다. 일의 특성상 가계 수입은 매월 차이가 발생했고 때로는 수입과 지출의 격차가 커 마이너스가 된 달도 있었다.
대부분 사람들은 강 씨처럼 지출이 수입을 초과해 한 달 생활비가 모자라는 상황을 한 번쯤 맞닥뜨리게 된다. '돈을 벌고 쓰는 일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돈을 지혜롭게 관리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돈의 흐름을 통제하라
재무 설계의 3요소는 '목표 설정, 수입 관리, 지출 관리'다. 목표를 설정하고 수입과 지출 계획을 미리 세우게 되면 돈의 흐름에 대해 주도적인 입장에 설 수 있다. 돈은 흐름을 통제하게 되면 의외로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대구시 달서구에 사는 김호철(가명'38) 씨는 결혼 직후 재무 설계를 담당하는 처남을 통해 '수입 지출 관리의 통제권을 가지라', '목적 통장을 만들어 사용하면 돈의 흐름이 한눈에 보인다'는 말을 들었다. 평소 여행에 관심이 많던 김 씨는 아내에게 '2년에 한 번씩 반드시 해외여행을 가겠다'는 약속을 했다.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는 시간과 돈이 필요하니 '여행 통장'을 만들어 매월 10만원의 돈을 저축하여 마련하기로 결심했다. 통장을 만든 지 2년 만에 240만원의 돈을 모아 이후 필리핀 세부와 보홀섬 여행을 다녀옴으로써 아내에게 한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이후 김 씨는 '매월 10만원의 자동이체를 통해 이루어 낸 것이 적은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결혼 9년 차가 된 김 씨는 필리핀 여행 이후 약 6년 동안 700만원의 돈이 쌓였고 지난 2년 동안 가족, 친지, 지인들과 5회에 걸쳐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 통장에 돈을 모아 오로지 여행 목적에 사용한 것이다.
목록 중 자동차 통장을 살펴보면 2012년 자동차 구입 후부터 매월 15만원씩 이체해 1년에 180만원의 돈을 모았다. 1월에 자동차 세금 납부, 7월에 보험 갱신을 하게 되면 180만원 중 약 60만~70만원의 돈이 남는다. 남은 돈은 엔진오일 교환 등 자동차 수리를 목적으로 사용해 유류비를 제외하고는 매월 15만원으로 해결되는 상황을 볼 수 있다. 다만, 매월 자동이체되는 금액은 차량의 가격과 예상 수리비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목적 자금 마련 위한 통장, 금융상품 가입은 신중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속담처럼 돈 쓰는 습관을 잘 들이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일 수 있고, 꼭 필요한 곳에 돈을 사용할 수 있다. 김 씨가 목적 자금 마련을 위해 처음 만든 통장이 '여행통장'이었다. 이후 목적별로 통장이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하고, 각종 생활비나 비용 지출을 위해 조금씩 통장을 만들다 보니 실제로 만들어진 통장이 예'적금, 투자 통장을 제외하고도 10여 개나 된다.
경조사, 의료비, 가족들을 위한 지출 등 지출 예정인 돈을 미리 준비하다 보니 자금 마련 때문에 생기는 부부간의 다툼도 줄어들게 되었다. 또한 시댁이나 처가에 행사가 있어도 경제적으로 큰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재무 설계를 통해 수입'지출과 자산에 대한 분석을 마친 후 해도 늦지 않으며 금융상품 가입을 서둘러선 안 된다. 약 6개월 정도 가계의 수입'지출 흐름을 관리'통제하면서 가계수지의 균형과 안정을 도모한다. 수입'지출이 안정된 후 심리적인 여유를 가지고 장'단기 목표에 맞는 자금운용 상품들을 선택한다면 자금 운용으로 인한 손실은 줄이고 효과는 높일 수 있다.
돈의 용도나 사용 기간을 보지 않고 무분별하게 가입한 금융상품은 단기에 필요한 자금의 흐름을 경직시킨다. 장기로 가져가야 하는 자금들을 금세 해약하게 만들어 중도 해지에 대한 페널티까지 받게 되는 이중고를 겪게 되기도 한다. 따라서 사전에 가정 경제의 목적에 맞게 돈의 흐름을 주도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재무 설계 목표를 달성하는 지름길이다.
국민연금공단 대구지역본부 노후준비전문강사 김홍 대리는 "우선 본인의 재무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공단에서 제공하고 있는 무료 심층 재무설계 상담을 권한다. 상담을 통해 미래의 목표 자금 마련 계획을 수립하고 '목적 통장' 등과 같은 방법으로 합리적 소비지출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이는 가계의 수입'지출 안정성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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