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춘모展…엇갈리는 고랑과 이랑, 변화무쌍한 생동감

입력 2016-08-29 04:55:08

리안갤러리서 8월 31일~10월 15일까지

남춘모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전시장과 남춘모(사진 원 안) 작가.
남춘모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전시장과 남춘모(사진 원 안) 작가.

'ㄷ'자 형태 나무틀에 천 감싸 골격 지닌 '부조회화' 펼쳐

은은한 베이지색 바탕으로 창호지 문 같은 느낌도 흠뻑

남춘모 작가는 1970년대 단색화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독자적인 세계를 펼쳐나가는 대표적인 후기 단색화 작가이다. 그의 작품은 입체회화 내지는 부조회화라는 측면에서 방법적으로 여느 단색화 작가와 차별화된다. 'ㄷ'자 형태의 나무틀에 천을 감싸 마치 주조하듯이 제작되는 남 작가의 작품은 '부조회화'라 부르기도 한다.

작품은 일정한 패턴과 골격을 지녔다. 캔버스의 프레임에 평행을 이루는 작품의 세로형 이랑들은 캔버스의 표면으로부터 도드라져 그림자를 생성한다. 캔버스 속 이랑은 논리적이거나 분석적이지 않다. 날 선 이랑은 천의 보푸라기로 느껴질 만큼 불규칙적이며 푸근한 느낌을 준다.

남 작가의 작품은 동양 특유의 정서가 스며 있다. 연한 베이지색을 띠고 있는 대형 부조회화는 한국의 전통가옥을 구성하는 방문(房門)의 창호지를 투과하는 은은한 빛과 같은 느낌을 준다. 빛은 아주 강하지도 않고 완전히 빛을 차단한 것도 아닌, 은은하게 투과돼 한풀 꺾인 느낌이다.

그리고 검정과 베이지, 흰색 등 제한된 색채를 사용한 최근작들은 기존의 작품보다 스케일이 큰 것이 특징이다.

물론 적, 청, 황, 녹색 등 원색의 화려한 색감을 드러낸 작품들도 있으나 전체적인 느낌은 제한된 중성색이 강하다. 굴곡진 이랑의 폭도 대폭 넓어졌는데, 장쾌하고 시원한 느낌을 준다. 또한 기존 작품이 세로로 시원하게 죽죽 뻗은 형태감을 보여주었다면 최근작들은 'ㄷ'자 형태와 함께 'ㅅ'자 형태를 병행하고 있다. 연속적인 'ㄷ'자와 'ㅅ'자 형태의 반복을 통해 리드미컬한 조형적 형태를 창출하고 있다. 'ㄷ'자 형태는 주로 베이지색 작품에, 'ㅅ'자는 검은색 작품에 적용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눈길을 끄는 작품은 벽에 기대놓은 베이지색의 대작이다.

형태에 있어서는 벽에 걸었을 때 바깥을 향해 '〈' 모습으로 꺾인 것이 있는가 하면, 갈매기(∧) 모양의 형태를 띤 것도 있어 형태의 다변화를 꾀한 흔적이 역력히 드러난다.

리안갤러리 안혜령 대표는 "최근 작품은 위에서 아래로 쭉쭉 뻗은 기존의 골 이랑의 흐름을 다른 각도에서 흐르는 골이랑으로 막아 지그재그 형태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며 "하나의 화면 안에서 서로 엇갈려 경사를 이루는 골 이랑의 다변화는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작품의 화면을 변화무쌍하게 이끈다"고 설명했다.

이달 31일(수)부터 10월 15일(토)까지 리안갤러리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남 작가는 기존의 작품보다 스케일이 큰 회화 '빔'(beam)시리즈와 함께 리드미컬한 조형적 형태의 다양한 설치 조각 작품도 선보인다. 053)424-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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