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 대한 인식 차이, 기성세대 "전화기+공적장치" 젊은층 "신체같은 사적장치"
# 대구의 한 공기업 신입사원 이모(27) 씨는 최근 새벽에 급성 맹장염으로 응급실을 찾은 뒤 직장 상사에게 이 사실을 문자메시지로 보냈다. 하지만 직장 상사는 다음날 아침 이 씨에게 전화를 걸어 "그런 문제면 전화를 해야지, 메시지 하나 보내고 결근하면 끝이냐"며 버럭 화를 냈다. 이 씨는 "새벽에 전화하는 게 오히려 무례라고 생각했는데 부장은 전화하지 않고 문자를 보낸 게 기분이 나빴던 모양이다"고 했다.
# 대학생 한영대(26) 씨는 전화가 오면 일단 '통화 거절' 버튼을 누른 뒤 바로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아주 친한 친구 몇 명을 제외하곤 전화보다 문자로 소통하는 게 편하다는 이유에서다. 한 씨는 "가족과의 연락부터 음식 배달까지 전부 다 앱을 통해 해결하고 전화는 거의 쓰지 않는다. 가끔은 친구에게 전화가 와도 '얘가 갑자기 왜 전화를 하지'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고 말했다.
젊은 층 사이에 통화보다는 문자 소통이 일상화되면서 새로운 세대갈등으로 떠오르고 있다. 통화에 익숙한 기성세대와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젊은 세대 간 인식 차이가 갈등으로까지 번지는 것이다. 최근 20대를 이른바 '모바일 네이티브'(mobile native)라고 일컫는다. 스마트폰 등장 이후 유년기를 보내 자유자재로 스마트폰을 활용하기 때문. 이들은 스마트폰을 '배우고 익혀야' 할 존재로 인식하는 기존 세대와는 확연히 구별된다.
커피 주문부터 미용실 예약까지 웬만한 것은 '손가락'으로 해결하며 통화하는 걸 기피한다. 이렇다 보니 전화 울렁증을 뜻하는 '폰 포비아'(phone phobia)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정보정책연구원이 분석한 '모바일 네이티브로서의 20대' 보고서에 따르면 모바일 SNS 이용자 조사에서도 20대(74.4%)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음성 통화 사용 비중은 2011년 47.8%에서 2015년 30.6%로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각 이동통신사가 출시한 요금제 대부분이 통화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상호 경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기성세대는 스마트폰을 편리해진 전화기이자 공적(public) 장치로 보기 때문에 전화가 오면 '당연히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면 젊은 세대는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이자 사적(private) 장치로 본다"며 "이로 인해 모르는 사람에게 전화가 오는 것은 모르는 사람이 나를 쓰다듬는다는 기분이 드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런 인식 차이로 인해 세대 간 불통 등 여러 가지 문제도 나타난다. 직장인 박모(47) 씨는 "요즘 들어오는 젊은 사원들은 중요한 사안도 문자로 보내 당황할 때가 잦다"고 털어놨다. 또래 친구 사이에서도 소통의 문제가 생기곤 한다. 대학생 김자현(24'여) 씨는 스마트폰으로 온종일 단체 채팅을 하다 보면 '친밀함의 밀도'를 착각한다. 김 씨는 "그동안 친한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만나 단둘이 있으니까 뭔가 어색했다. 이런 친구와는 대화도 스마트폰을 매개로 이뤄지는데 이야기 대신 같이 화제가 된 동영상을 시청하는 식이다"고 말했다.
김성해 대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스마트폰은 철저하게 자기 중심적인 미디어로 다른 사람 눈치 안 보고 혼자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어린 나이에 스마트폰을 이용한 사람일수록 자신만의 공간을 벗어난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SNS를 활용하려는 기성세대의 노력과 함께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스마트폰을 현명하게 사용하고 소통하는 교육이 대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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