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여기서 멈춰야 합니다. 지금까지 열심히, 그리고 꿋꿋이 걸어왔습니다. 한눈을 팔지도 않고 오직 한 곳만을 바라본 채 뚜벅뚜벅 굳은 마음으로 걸어왔습니다. 제가 바라본 그 한 곳에 당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신과 함께하기 위해, 당신에게 한 발이라도 더 다가가기 위해 서른세 해를 한결같은 마음으로 걸었습니다. 때로는 당신이 먼저 다가와 어루만져 주기도 했고, 어떤 때는 꾸짖음으로 저의 게으름을 질책해주기도 하셨습니다. 당신이 칭찬을 해주든 꾸짖음을 내리든 저의 가슴속에 있는 것은 오직 하나, 당신뿐이었습니다.
33년 전 그날이 생각납니다. 그날도 무척 더운 여름, 1983년 8월 20일이었습니다. 저는 흥분 속에서 그날을 기다려왔습니다. 당신과 처음으로 만나러 가는 길이었으니까요. 예쁘게 단장을 하고 길을 나섰습니다. 그 토요일 오후 우리는 설레는 첫 만남을 가졌습니다. '매일생활정보'라는 이름으로 당신과 인사를 나눴지요. '부동산 총정보' '우리끼리 사고팝시다' '뭐든지 물어보세요' 등등, 당신이 좋아하실 만한 것들을 잔뜩 가지고 가 풀어놓았지요. 당신을 만나러 가기 전 몇 달 전부터 설레고 부푼 마음으로 준비한 것들이었습니다. 이것도 좋아하실까. 저걸 좀 담아 볼까. 제가 가진 모든 걸 당신을 위해 내놓고 싶었으니까요. 비록 12면밖에 안 되는 적은 분량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들은 수십 면에 담아도 부족할 것이 없을 정도로 알찬 것들이었다고 지금도 감히 말씀드릴 수 있답니다.
다행히 당신은 제가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습니다. 칭찬도 많이 해주셨습니다. 용기를 얻은 저는 3개월 뒤 11월부터 24면으로 대폭 증면을 하고 더 많은 정보들을 담아 당신의 사랑에 보답하려 했습니다.
우리의 만남은 그 후로도 쭉 이어졌습니다. 처음엔 토요일 주말마다 만남을 가졌지만 그 후 어떨 땐 수요일에 어떨 땐 금요일에 당신을 찾아가기도 했었죠. 요일을 바꾸긴 했지만 그건 모두 당신이 저를 편하게 만날 수 있는 날을 고르고 고르려 했던 것이었답니다. 지금은 목요일이 우리가 만나는 날이 되었지요.
당신을 만나러 가는 요일이 바뀌었어도 그 설렘은 예전과 하나도 다르지 않지만, 당신을 위해 준비한 것들이 많이 부족한 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무겁기도 했답니다. 당신이 좋아하실 만한 것들을 더 많이 마련하고 싶었지만 쉽지 않을 때가 많았답니다. 그래도 당신은 모든 걸 이해해주셨고 저에 대한 사랑을 거두지 않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제는 정말 작별의 인사를 드려야겠습니다. 아쉽지만 다음 주 목요일엔 저를 볼 수 없을 겁니다. 그다음 주 목요일에도…. 하지만 제가 당신을 영영 떠나버렸다고는 생각지 마세요. 매일신문을 자세히 보시면 제가 그곳에서 여전히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아실 겁니다. 그래서 저도 마냥 슬프지만은 않답니다.
주간매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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