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사회공헌비 지출 2년 연속 감소
폭스바겐은 국내에 한 푼도 기부 안 해
인도엔 일정 이상 매출 땐 CSR 의무화
모든 기업에 사회공헌 의무화 도입해야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에서는 다리가 필요하거나 축제가 열릴 때 부자들은 자발적으로 돈을 내곤 했다. 부자들은 도시국가들이 해상교역의 안전을 도모하는 데 필요한 전함을 구입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기부금은 항상 필요한 예산을 초과하였다. 이때 내는 기부금을 리터지(liturgy)라고 불렀는데 이를 통해 어느 정도의 누진세 효과까지 나타난 것이다. 부자들이 솔선하여 사회 환경 개선에 기여하고 도시국가의 재정에 도움을 주었으므로 대가 없이 혜택을 입은 시민들은 당시의 부자들을 존경하였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는 '귀족'과 '책임 있다'가 합쳐진 프랑스 말로, 가진 자의 사회에 대한 책임을 말한다. 고대 도시국가에서는 개인 기업만 있었지만 이제는 법인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중소기업, 대기업, 글로벌 기업으로 확대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무는 일방적인 회사 또는 주주의 이익을 넘어 노동자, 소비자, 지역사회, 환경 등 이해관계자의 이익까지 고려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으로 더욱 요구되고 있다.
공정무역을 예로 들면, 제값 주고 구입하는 것을 넘어 농법을 개선하고 지역협력과 지원을 구축하여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농가소득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기업은 사회의 공유가치를 창출(Creating Shared Value: CSV)하면서 사회에 기여하여야 한다. 기업의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 기업의 재무적 성과와 사회적 가치를 조화시켜 사회적'문화적'경제적으로 공유할 가치를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창출하는 것이다. 주주 이익 극대화를 넘어 소비자, 지역 주민과의 협력 및 참여를 통해 소비자 등의 가치를 높임으로써 더 나은 사회를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때 기업의 최고경영자는 주주 가치 극대화 정책에만 온 힘을 쏟았다. 하지만 주주의 이익뿐만 아니라 기업의 이해관계자 이익까지 고려한 정책을 장기적으로 실행한 결과 기업의 실질가치가 더 높게 나타났다.
국내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살펴보면, 2014년 기준으로 국세청에 신고된 개인과 법인의 기부금 규모는 약 12조원이다. 2010년 10조원에 비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는 GDP 대비 약 0.8% 수준이다. 하지만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통해 2014년 대기업의 사회공헌비 지출을 조사한 바 응답자 231개사의 지출액은 2조6천억원이었다. 이는 세전이익 대비 3.5% 수준이다. 2013년에 이어 2년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소외계층, 인재양성, 아동빈곤, 소년소녀가장, 장애인에 대한 지출뿐만 아니라 행복나눔, 드림클래스사업 등의 자체활동에도 지원하고 있지만, 소득불평등과 빈부격차의 심화로 대기업의 사회적 공헌이 더 많이 요구되고 있다.
외국계 기업의 국내 사정은 아주 빈곤하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으로 커지면서 외국 기업의 국내 진출이 크게 늘었다. 2002년 1%에 불과하던 국내 시장 점유율이 15% 이상 급증했다. 폭스바겐 미국법인은 미국의 지역 대학 다섯 곳에 500만달러(약 50억원)를 기부하였다.
하지만 폭스바겐 한국법인은 3조원 가까운 매출을 올리면서도 국내에 한 푼도 기부하지 않았다. 크라이슬러코리아와 볼보자동차코리아도 매출이 3배 이상 늘었지만, 기부는 역시 없다. 국내의 외국계 증권사도 순이익의 95% 이상을 배당하면서 기부금 지출은 순이익의 0.1% 이하다. 옥시 본사는 영국에서는 각종 사회책임지수 3관왕에 올랐다. 하지만 옥시 한국법인은 우리에게 치명적인 가습기 살균제 453만 개만 팔았다. 그들에게 우리 사회에 대한 사회공헌이란 단어는 폐기된 것으로 보인다.
워런 버핏의 대구텍, 옥시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루이비통의 한국법인은 주식회사를 유한회사로 전환했고, 알리바바와 테슬라는 아예 유한회사로 진출했다. 유한회사는 경영공시 의무도 없고 외부감사도 받지 않기 때문에 폐쇄적인 경영이 될 가능성이 더욱 높다.
선진국들의 이런 무뢰한 경영 형태에 대한 문제점을 해결한 사례가 있다. 인도는 자국 내의 모든 기업에 순자산이 50억루피(적용 당시 약 1천억원) 이상, 매출액이 100억루피 이상, 순이익이 5천만루피 이상에 해당할 경우 직전 3개 연도 평균 순이익의 최소 2%를 CSR 활동에 의무 지출하도록 입법하여 시행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우리도 국내 모든 기업에 대해 사회적 책임의 일환으로 사회공헌활동을 의무화하는 체계적인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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