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안보와 지역구 민심 사이, 이철우 '사드 딜레마'

입력 2016-08-23 04:55:02

정보위원장으로 사드 배치 주장, 제3지역 후보지 김천과 가까워…한민구 장관에 "원래대로"

이철우(김천
이철우(김천'오른쪽) 새누리당 의원이 22일 오후 국회에서 한민구(가운데) 국방장관과 만나 성주 사드배치 지역의 제3지역 채택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다. 이철우 의원실 제공

이철우 새누리당 국회의원(경북 김천)이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원 출신 국회 정보위원장인 이 의원은 사드 배치의 필요성을 줄기차게 주장해왔지만 제3지역으로 거론되는 곳이 김천과 맞닿아 있어 김천 시민들이 반발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이 의원이 22일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만나 '제3지역 채택 신중론'을 강조하며 지역 민심을 의식한 행보를 보이자 정치권에서는 국가 안보를 중시해온 이 의원의 평소 소신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오후 이 의원은 국회에서 한 장관과 약 20분간 면담했다. 한 장관이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김영우 국방위원장 등을 만난 직후 이뤄진 만남이었다. 제3지역 유력 후보지로 떠오른 성주 초전면 롯데골프장은 김천 혁신도시(율곡동)와 약 7㎞ 떨어져 있다.

이 자리에서 이 의원은 "국방 정책이 흔들리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 국가 통수권 문제인데 (후보지가) 정해졌으면 그대로 가야지 흔들려서 되는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성산포대로 결정됐던 사드 배치 지역이 주민 여론에 떠밀려 바뀐 것을 꼬집은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사드 전자파를 많이 걱정하는데 전자파 안전거리가 있어서 이것만 지키면 전혀 유해하지 않다. 저희(국방부)가 설명해서 주민들을 설득시킬 자신이 있다"고 사드의 안전성을 피력했다. 이후 이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한 장관과의 면담은 지역구 의원이 아닌 정보위원장 자격으로 만난 것임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국가 안보와 지역구 민심 사이에 껴 갈팡질팡하는 모양새다. 이 의원은 며칠 전 김천시의회에서 열린 사드 배치 반대 공동성명서 발표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지역구에서 "정부 눈치를 본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정치권에서는 정보위원장인 이 의원이 제3지역 신중론을 내세우며 지역구 이익을 대변한다는 이야기가 나와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국정원 출신으로 19대 국회에서 정보위 간사를 맡았고, 지금은 정보위원장인 이 의원이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면 정체성이 다 무너질수 있으니 발언과 행동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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