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우병우와 레임덕

입력 2016-08-22 04:55:02

"한 손에 막대 잡고 또 한 손에 가시 쥐고/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렸더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고려 말 우탁이 지은 시조 탄로가(嘆老歌)는 자연적으로 찾아오는 늙음을 어떻게든 막아보려는 인간의 솔직한 감정을 애절하게 노래했다. 가시로도 막아보고, 작대기로도 막아 보려 했지만 오히려 늙음이 더 빨리 찾아오더라는 넋두리를 해학적으로 읊었다.

나이가 들면 늙음이란 불청객이 찾아들듯, 정권도 말기로 접어들면 '레임덕'이란 불청객이 찾아든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100년의 1년 6개월은 짧지만, 5년의 1년 6개월은 굉장힌 긴 기간"이라며 레임덕을 경계했지만 5년짜리 정권에서 1년 6개월 남았으면 황혼기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레임덕 또한 가시로도 막을 수 없고, 막대로도 막을 길 없다.

늙지 않는 사람 없듯 역대 어느 정권치고 레임덕을 겪지 않은 정권은 없다. 5년 단임제 아래서면 말할 것도 없다. 2003년 취임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1년 차에 탄핵 정국을 맞으며 유례없는 조기 레임덕에 휘말리기도 했다. 2008년 권좌에 오른 이명박 전 대통령도 취임 2년 만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서 조기 레임덕 현상을 불렀다.

청와대의 '우병우 수석 구하기'가 박근혜정부의 레임덕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대통령이 '우병우 흔들기'를 '자신과 정권에 대한 흔들기'로 파악하고 있다는 논란이다. 이를 두고 우 수석을 지키지 못하면 '레임덕'이 빨라질 것을 우려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국민적 우병우 사퇴 요구를 정권 흔들기로 보는 시각도 우습거니와 이를 통해 레임덕을 막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면 오판도 그런 오판이 없다.

대통령이 우 수석을 지키는 사이 레임덕은 지름길로 와 있다. 지난 4'13 총선에서 여소야대 정국을 만들면서 레임덕은 시작됐다. 지난 새누리당 전당대회서 친박 이정현 대표가 뽑히면서 반전 기회를 잡았지만 청와대는 우 수석 사태로 이마저 놓쳤다. 이제는 레임덕 정도가 아닌 '데드덕'(죽은 오리'레임덕보다 더 심각한 권력 공백 현상)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늙음을 어떻게 맞이하느냐에 따라 멋진 노인이 될 수도, 추악한 늙은이로 기억될 수도 있듯 레임덕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좋은 정부로 남을 수도, 나쁜 정부로 기록될 수도 있다. 지금은 레임덕을 부정할 때가 아니라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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